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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y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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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tiny little cozy one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 토론토에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일요일이 펼쳐졌다. 하지만 대서양 건너 우크라이나 대평원에서는 수많은 젊은 군인들과 양민들이 죽어나가고, 팔레스타인 정착 지구들에선 주로 피난민들인 여인들과 아이들이 죽어나간다. 핵전쟁 현실화 가능성과 함께 러시아 침략에 대비하여 부랴 부랴 군비 증강에 바쁜 유럽, 중국의 침공 임박과 침탈에 떨고 있는 대만과 필리핀, 캐나다 역시 북극이 녹아내려 러시아와의 분쟁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군비 증강을 통한 인력 확보 및 장비 현대화가 시급하다. 요즘은 하루하루의 평화가 실존적으로 다가온다. 캐나다는 군사 방위에 관한한 그저 미국에만 기대왔던터라 NATO 회원국 최저 수준인 GNP 대비 고작 1.3 %의 방위비 지출 수준이다. 2029 까지 1.9% 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NATO 국들의 비아냥과 미국으로부터의 노골적 압력과 경시를 받을 뿐이다. 좌간, 적어도 아직까지는 평온하기만 한 캐나다에 살고 있음이 감사하긴 하지만 Nothing lasts forever. Things happening on earth are getting crazy and even crazier nowadays.

그러나 어쩌겠는가. 난 오늘도 산책에 나설 뿐이다.

언제나 지나는 산책길의 나무 한그루 한그루, 크거나 작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나무가 없다.

햇살의 양분을 맹렬하게 먹고 자라는 아이비는 벌써 건물에 온통 초록옷을 입혔다.

캐나다군은 일, 이차 세계대전에서 꽤나 용감하게 싸웠다 한다. RIP heroes..

필드 하키 동호회 사람들은 아침부터 경기에 흠뻑 빠져가고 있었다. 인도계들이 주로 많았고 백인 여학생들도 많았다.

Gaza에 이은 Rafah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학살행위를 규탄하며 캠퍼스 내 시위를 주도하는 Pro-팔레스타인 시위대는 토론토 대학 당국으로부터 오늘 일요일까지 해산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바 있다. Otherwise, 천막 시위에 참여자들 중 토론토 대학생들은 정학 처분, 교직원들은 해고 처분, 그리고 모든 시위자들에게 개인당 만불의 벌금이 통고될 거라 했다. 하마스-이스라엘 양측의 무자비한 전쟁 행위는 공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약한 측에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식하고 극단적인 하마스의 황당스럽고 비극적인 도발로 시작된 분쟁이지만, 터무니없는 정도로 약한 상대를 놓고 전쟁이라니. 이번 전쟁 사태를 통해 보는 극우 이스라엘 정부의 극악함은 오랫동안 핍박받는 민족의 대명사였던 유대인들의 나라 이스라엘의 현재를 다시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유대인들의 막강한 세력권 안에 들어가 있는 대부분의 서방진영 나라들의 위선적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이들은 인도적 차원의 자세를 견지한 북미 유수 대학들의 총장 여럿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갈아치웠다.

나라가 망가진 팔레스타인 인들은 고작 판화와 포스터등에 의지해 여론에 호소할뿐이다.

피아노 연주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Hart House 2층 한 강의실. 돌출된 창문(bay windows)으로부터의 가득한 햇살을 받으며 한 아시아계 여학생이 열정적으로 그랜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딸아이도 학창 시절 바로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풀 겸 피아노 연주를 하곤 했다던 바로 그 강의실이었는데, 십수 년 전 딸아이와 함께 교정 산책 중 들러 마침 연습 중이던 한 남학생의 라흐마니노프 연주를 같이 듣기도 한 곳이었다. 아쉬케나지 느낌이라고 칭찬도 해줬었다. 오후에 다시 가보니 돌출된 대형 창문, 즉 bay windows 구조의 Hart House의 강의실에는 거의 모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원하는 학생들은 언제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다. 단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연습을 위한 단순 반복 연주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그리고 들어선 복도 끝 라이브러리. 오늘의 대발견이었다! 오붓한 공간에 가운데 두세 개의 테이블이 있을 뿐 창가나 코너 쪽은 가죽 소파나 일이 인용의 소형 테이블만 있는 소위 부티끄 라이브러리였다. 헐..

작은 서가엔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들도 있고 주로 문학책들이라 좋았다. 토론토대는 북미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어마 어마한 양과 질의 장서를 지니고 있는 대학으로 유명하고 단과대학별로 넓고 쾌적한 많은 라이브러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작고 어여쁜 곳을 찾게 되다니. 주말엔 산책 전후로 이곳에서 책을 읽어야겠다.

리노베이션을 막 끝낸듯한 멋진 천장까지!

오늘 교정에선 결혼식이 치러지는 모양이다.

점심은 햄, 토마토, lettuce 그리고 노르망디 Brie 치즈를 넣은 베이글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 저녁은 생마늘 슬라이스를 엄청 썰어 넣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대추 토마토와 함께 올리브로 pan fry 한 새우 그리고 오이 피클과 비트 피클. 어찌하다 보니 일요일 식사는 내가 다 마련했다.




 Be safe and stay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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