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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15. 2024

백조의 추억

@ Stratford.Ontario

한 마리 백조가 있었다. 보름달이었던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3분의 2는 넘게 차오르고 있었던 밝은 달의 밤이었다. 템즈 강이었던지 그냥 이름 모를 강이었던지, 휘황한 달밤에 백조는 강 건너편에서 은백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주지 시키며 이켠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다.

그리고 원통형 성곽이 보였던 것 같아 아마도 윈저성 앞 강이었던 같기도 하다.

난 식사(working dinner)가 어느 정도 끝나고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아님 디저트도 거의 해치우고 나서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러 아직도 대화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던 동료들을 보며 그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에서 일어서 나와 대형 유리창문 두 개가 양쪽으로 열려 있던 돌출 발코니로 나왔었다. 고딕식의 전형적 발코니였고 발아래에는 달밤의 은백색 빛을 받으며 강 파도가 가볍게 찰랑이는 소리 정도만 들리는 정도의 발코니였다.

우리는 오늘도 런던 근교 히쓰로(Heathrow) 공항 근처 메리엇 호텔, 호텔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통상 우리 회사 내부 회의 때 묵곤 하던 호텔, 의 600년 된 부속 건물에서 하루종일 일과 씨름했었다. Worldwide Project Management Program과 관련한 세부 사안들로; Project Manager 육성방안, global PM process, Methodologies & Toolkits and Templates, Practice Sharing & Knowldege Management Modelling, Strategies & Processes, PM Career Roadmap, Job Leveling and Linkage to Promotion, Positioning of Project Directors, Country PM Capability & Capacity Planning, PM Resource Sharing Model, Recognition & Retain strategy, Communication Strategy, Planning Global PM Conference 등등에 대한 policy, framework, high level Processes & strategies, financial model등을 토의하며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의 꽉 찬 일주일간의 meeting 중 하루였다. Worldwide(WW) People Development Manager였던 비엔나 사람 William 뤼스, WW HP Consulting Manager였던 이태리에서 온 Luiji 만테가자, 아시아 태평양지역 HP Consulting Financial Controller였던 캘리포니아 출신 Jim 젠키, WW People Development Program Manager였던 보스턴 출신 Deborah 맥아이잭, 세상 사람 좋았던 PM Program Manager이자 뉴욕출신 Deborah 플럼니 박사, 그리고 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관할하는 Asia AustralAsia HP Consulting PD Manager 로써 직급상 동료였던 유럽, 일본,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 Super Region 담당 각 PD Manager 세명과 참석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중 몇몇과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근데 난 왜 이렇게 과거 동료들의 이름을 또렷이 다 기억하고 있을까..

가볍지만 분명한 구둣발 소리가 들리며 연미복에 흰 셔츠를 입은 웨이터가 은쟁반에 무엇인가를 담아 내오며 내게로 다가 오더니 약간의 웃음기 머금은 표정으로 쟁반을 내게 건넸다. 그는 흰 장갑도 착용하고 있었다. 검은 나비넥타이도 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비쌀 수밖에 없는 레스토랑이야. 난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company pays.. 쟁반을 받아보니 슬라이스로 썰린 바게트였다. 은 재떨이와 함께. Seriously?


He will be coming and he likes the snack. 연미복의 웨이터가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말했다. Who's he?? Sliced pieces of baguette under the moonlight at the balcony..? 난 속으로 생각했지만 주는 데로 쟁반을 받아 들고는 미스터 웨이터, or 미스터리 웨이터가 바라보는 강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때 그 동그스름한 흰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빠르게 강을 건너왔다. 흐르는 물살을 90도로 제치며 물속에서 얼마나 바쁘게 발질을 했겠는가!

백조였다. 놀라움이라니..!! 웨이터가 가져다준 바게트는 바로 백조에게 주라는 먹이였던 것. 녀석은 이제나 저제나 강 건너편에서 바게트를 기다리며 누군가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Actually that was my only good taste of London. As you might know there were not many tasteful dishes in London.


그래서 백조만 보면 당시가 떠오른다. 웨이터의 흰 와이셔츠와 함께. 토론토 남서쪽의 호젓하고 아름다운 소도시 스트랫포드(Stratford)에서 매년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제 분위기를 즐기려 왔다가 호수에 있던 백조를 바라보며 당시를 회상해 본 것.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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