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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18. 2020

COVID 19

이민생활의 소소한 이야기

난리가 났다!


드디어 걱정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일요일 오후 갑작스러운 앨버타 주수상과 장관들이 참석한 정부 발표 방송이 생중계까지 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하순부터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하더니 급기야 앨버타 주의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유치원과 데이케어까지도 기한을 정하지 않은 폐쇄를 발표한 것이다.

앨버타 주수상과 앨버타주 보건부 장관과 앨버타주 교육부 장관이 번갈아가며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것이 그대로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보육시설부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도 전면 폐쇄하고, 일단 직원들은 출근을 하되 인터넷 수업 등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으로 발표를 했다.

급기야 월요일 오전에는 캐나다 국경을 통제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고 집에 머물 것을 당부하는 트루도 연방 수상은 며칠 전부터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함께 자가격리 중에 잠시 나와서 발표를 한 것이다.


우리 집은 우리 가족이 생활하는 개인주택이기도 하고, 아내가 별도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캐나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부터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이 홈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멀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일하는 다른 업무보다 훨씬 적성에 맞는 일이라서 나름 만족하면서 즐겁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데이케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확보하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를 채용해서 아이 6명당 한 명의 보육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반면에 개인이 집에서 놀이기구와 교육 보조 재료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데이 홈이라는 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개인이 데이 홈을 운영하는 것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정부기관에 시설 등록을 하고 데이 홈을 운영하는 라이센스드 데이 홈과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직접 운영하는 프라이빗 데이 홈이 있다. 물론 라이센스드 데이 홈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정부기관에서 위탁업무를 맡은 에이젼시에서 관리 대행을 한다.


아내는 몇 년 동안 에이젼시 소속으로 라이센스드 데이 홈을 운영하다가 인도 할머니가 20년 넘게 운영하던 에이젼시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여러 가지 불편함을 겪고 나서는 한국에서의 어린이 영어학원 부원장으로 근무했던 경험도 있었고 캐나다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는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해서 프라이빗 데이 홈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여기저기에서 교육기관의 폐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앨버타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우리 집의 데이 홈을 오픈해야 하는지 다른 교육기관들처럼 바로 문을 닫아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정부 홈페이지에서 현재 즉시 조치해야 할 상황에 대한 코멘트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더니 7명 이하의 보육 시설은 폐쇄하지 않아도 된다고 쓰여있어서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것이었다. 이럴 때에는 에이젼시 소속으로 운영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정부기관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라는 지침에 차라리 소규모 데이 홈도 문을 닫으라고 했다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내는 데이 홈을 당분간 닫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외 대상이라는 말에 우리 집의 데이 홈을 오픈할 경우에 맡겨오는 아이나 부모들로 인해서 누가 어떻게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 모양이었다.

잠시 고민한 끝에 아내는 정부 지침도 중요하지만 시국이 너무 불안하니 정부지침보다 먼저 데이 홈 문을 닫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는 결정을 내리고 부랴부랴 부모들에게 안내 이메일과 정부 지침 다큐멘트를 보내주고 그것도 불안했는지 하나하나 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역시 몇몇 엄마들은 연락을 받자마자 아내에게 알려주서 고맙다는 답변을 해왔다. 자기들도 데이 홈에 가지 않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들이 대다수였다. 몇몇 아이들은 데이 홈에 못 간다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니 아내가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꽤 많은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퇴근해서 잠깐씩 만나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캐나다에서 이미 마스크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개인별로 몇백 개씩 구매를 하거나 커뮤니티나 단체별로 몇만 장 단위로 대량으로 구매를 해서 중국으로 보낸 물량이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는 것이 얼마 전 이곳 뉴스에서도 소개가 될 정도였다. 몇 주 전부터는 사람들이 코스코에서 화장지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있어서 화장실용 토일렛 페이퍼는 완전히 텅 빈 상태로 빈 공간만 남아 있다.

지금은 어딜 가나 마스크는 찾아볼 수가 없고, 손 세정제나 화장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주변에서 비상사태에 대해 겁을 내는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불안하기 때문에 공황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온타리오주를 비롯해서 여러 주 정부의 대학 및 초중고등학교 폐쇄 조치 등의 여파로 이곳 에드먼튼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본격적으로 사재기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평소보다 많은 물량으로 카트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마트마다 가득한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여러 주가 모여서 연방을 이루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각주마다 법이 다르다. 현재 하루에도 몇 차례씩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정부 발표가 각주마다 그리고 연방 차원의 업데이트가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아직 주마다의 왕래를 통제하거나 도시 전체를 고립시키는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추가 통제도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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