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몇 가지 작업 과정만 마치면 눈 쌓인 3월부터 몇 달 동안 퇴근과 동시에 지하에만 머물면서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도 잊은 채 목재를 자르고 망치질하고, 콘크리트를 깨고 땅까지 파고 했던 '돈 내고 사서 하는 고생'도 곧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틈틈이 도와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 덕분에 처음 계획했던 일정에 큰 차질없이 진행된 것이기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드디어 벽체를 완성하기 위해서 부착해야 하는 드라이월(Drywall- 일명 석고보드)이라는 자재가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지하로 내려 놓은 드라이월
드라이월의 사이즈가 커서 현관문이나 차고의 출입구로는 지하실까지 들여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하 창문을 해체하고 기본 목재인 투바이포 3개를 창틀에 걸쳐서 미끄럼틀처럼 만든 다음 창문 밖에서 두 사람이 붙잡아서 내리고 지하실 안에서 다른 두 사람이 받아서 간신히 옮기고 창문을 다시 부착해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지하공간을 개발할 때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월을 옮기면서 내가 했던 방법을 활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창틀의 규격이 어떻게 드라이 월의 폭에 맞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아마도 건축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자재 규격에 알맞게 적용해서 만든 것 같다.
드라이월의 재질과 규격은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일반용, 방수용, 방화용, 방음용, 천정용 등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규격도 두께와 너비 그리고 높이에 따라 다른데 표준 사이즈가 4 x 8ft(1.2 x 2.4m) 두께는 3/8 in(9.5mm)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작업환경에 맞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내가 드라이월을 작업할 때 재질에 신경 쓴 것은 욕실 벽면에 붙일 방수용 드라이월이었다. 지하 공간이기도 하고 환풍기를 설치할 것이었지만 환기가 잘 안 되는 경우 습기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욕실 내부벽면은 모두 방수용으로 부착했다.
일반용 드라이월(방) / 방수용 드라이월(욕실)
DIY 책에서는 드라이월로 벽을 붙이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여러 사이트에서도 간단하게 드라이월 한 장 들어 올려서 드릴로 스크루를 몇 개만 박아 놓으면 저 혼자 벽에 착 붙는 것처럼 아주 단순한 작업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유튜브에서도 동영상을 보면 작업자 혼자서도 벽뿐만이 아니라 천정까지도 어렵지 않게 붙여 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드라이월 한 장이 보통 50lb(파운드)에서 길이가 좀 긴 것은 80lb로, 이해하기 쉽게 kg로 환산했을 때 20kg에서 30kg이 넘는 무게이다 보니 나처럼 약해빠진 저질 체력으로는 드라이월 한 장도 부담스러운 무게였기 때문에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본 많은 사진과 동영상은 그저 보기만 좋은 그림에 불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믿지 못할 유튜브에 시공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려놓았던 사람들은 분명 천하장사 출신이거나 그와 동급이 아닐까 싶다. 역시 체험하지 않고 동영상만 믿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특히나 서구인들 체격과 나의 몸을 동일시하면서 보고 생각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드라이월 천정 시공사진(Google.com)
위 사진처럼 혼자서 드라이월을 한 손으로 바치고 전동드릴을 사용해서 스크루를 박을 수는 없다. 반대편에 T자형 나무 받침을 이용해서 고정을 한 다음 작업을 하는 것도 숙련된 전문가나 가능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드라이월 리프트라는 대형 공구를 임대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나처럼 그 기계를 지하까지 가지고 올 수도 없는 상태에서는 몇 사람을 동원해서 네 귀퉁이를 잡아 올려야 가까스로 스크루로 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천정에 드라이월을 시공하는 것은 공사 후에 전기선이나 수도 배관에 문제가 있을 때 수리할 때마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찾기가 어렵고 찾아낸다고 해도 천정을 부분적으로라도 뜯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자재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는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 또는 일반 건축물도 콘크리트로 타설을 하거나 콘크리트 벽을 사전 제작해서 조립하는 경우도 있듯이 건축의 기본이 콘크리트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지하실 바닥과 외벽만 콘크리트로 만들고 나머지는 거의 목재로 지어진다. 그러다 보니 중간 벽체로 들어간 나무 기둥이나 경량 철재 스터드에 벽면을 공사하는 자재는 드라이월이 월등히 많이 쓰인다. (물론 이곳에서도 공장이나 사무실용 상가 혹은 대형 쇼핑몰 같은 건물은 철골로 기둥을 올리는 것도 많다)
드라이월 아웃렛 위치 뚫기( thespruce.com)
드라이월을 붙이면서 전기작업해 놓았던 콘센트 연결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작업해 놓았던 아웃렛 박스 부분을 드라이월 톱으로 알맞게 오려내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드라이월을 벽면에 붙일 때 아웃렛 박스와 같은 치수로 잘라내야 하는 네모난 구멍 위치가 눈으로 봤던 위치와는 반대로 뚫어야 하는 작업이라서 줄자로 위치를 측정하고 드라이월이 벽에 붙는 안쪽 면에 옮겨 그린 다음, 뚫는 작업을 할 때 아차 잘못 생각하면 그 큰 드라이월 한 장이 쓸모가 없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처음 한두 장은 잘못 그리고 뚫어 놓는 바람에 자투리 대용으로 써야 했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드라이월을 붙이는 작업을 마쳤다.
드라이월 가장자리 끝부분은 1인치 정도씩 경사가 져서 스크루 헤드부분이 벽면 높이 위로 돌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제 남은 작업은 드라이월의 가장자리 연결 부분에 박혀있는 스크루를 컴파운드로 감추고 덮어서 색칠이나 벽지를 발랐을 때 평평한 면으로 보이도록 작업하는 것이다.
드라이월 컴파운드 작업 순서(younghouselove.com)
드라이월이 부착된 연결 부분틈새 위에 진흙 같은 드라이월 컴파운드(Drywall compound)를 바르고 조인트 테이프(Joint tape)를 붙인 다음 몇 차례의 컴파운드 덧칠을 더 해야 한다. 그리고 작업한 부분을 매끈하게 만드는 샌딩 작업이 뒤따른다.
이곳 사람들은 드라이 월 컴파운드를 통상 '머드'(Mud) 라고 부른다. 이 머드 작업을 할 때에는 첫 번째 머드 칠을 한 다음 24시간 건조한다. 그다음에 두 번째 덧칠을 하고 다시 24시간 건조 후에 마지막으로 세 번째 덧칠을 한 다음 동일하게 건조한 후에 머드 작업한 부분을 드라이 월의 가운데 부분과 같은 높이로 샌딩 작업을 해야 굴곡이 없는 평평한 면으로 만들 수 있다.
드라이월 컴파운드 구석 작업(younghouselove.com)
그런데 나는 이 순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두 번째 머드 칠까지만 한 다음에 건조하고 샌딩을 했다. 두 번째 머드 작업을 하고 나서 힘도 들고 아마도 작업 기간이 길어져서 그랬는지 세 번까지 머드를 발라야 하나 하는 마음도 생기고 재료비도 아낄 생각에 마지막 단계를 생략하고 건조한 다음 페인트칠을 대비해서 겉면을 고르게 만드는 샌딩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각방 머드 작업후 / 계단 통로 머드 작업후
그 결과는 공사 전체 마무리 단계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벽에 페인트칠을 마치고 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드라이 월 연결 부분에 굴곡이 조금씩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 번의 머드 작업을 하고 나서도 전등을 비스듬히 연결 부위에 비춰봐서 굴곡이 보이거나 머드가 덜 발라진 곳은 머드 작업을 추가로 해야 했던 것이다. 아마추어의 솜씨치고는 괜찮게 만든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하게 생각은 했지만 머드 칠 한 번 더 했으면 더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작업의 기본을 제대로 지켜야 깔끔하게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치는 기회가 되었다.
드라이월을 작업하면서 방을 두 개로 만들기 때문에 벽체를 모두 세운 다음에는 각방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서 거실 쪽에 전혀 빛이 들어 오지 않는 암흑공간이 되어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DIY 책에서 유리 블록이라는 자재를 찾게 되었고, 거실 한쪽 벽에 유리 블록을 이용해서 작은 창을 만들어서 벽면 일부를 채우는 것을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창을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기술이 부족한 초보의 실력으로는 작은 창도 쉽지 않았다.
유리블록을 사용한 거실 창
작은아이는 이 유리 블록으로 만든 창을 좋아한다. 유리 블록 한 단을 쌓고 나서 단차를 두고 한 칸 내려서 계단 모양으로 만든 유리블록창이 마음에 든다면서 꽉 막힌 공간에 빛이 들어오게 만든 아이디어도 좋았고 조금이라도 따듯한 빛이 들어와서 온기가 느껴진단다. 아빠를 기쁘게 할 줄 아는 딸임이 틀림없다.
드라이월 부착 작업을 마치고 컴파운드까지 바르고 나서 마지막 샌딩을 하는 것은 벽면을 평평하게 고르는 순서로 샌드페이퍼를 사용해서 건조된 컴파운드를 문지르는 작업이어서 엄청난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창문 두 개를 모두 열고 각각의 창틀에 환풍기를 올려놓고 최고속도로 돌려야 했다. 이 작업 때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는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먼지가 발생한다. 샌딩 작업 전 지하실 계단 입구에 대형 비닐 커튼을 설치해서 먼지가 1층이나 거실로 날리지 않도록 미리 준비했지만 조금씩 틈새로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샌딩 작업(Google.com)
마스크가 얼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진 틈이 있다면 진흙먼지같은 성분이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공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가 절대 비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 동안 샌딩 작업으로 벽을 문지르면서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서 밤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이 심하게 나왔다. 결국 1주일 동안 아무런 일도 못 하고 쉬어야 했다. 틈틈이 도움을 주던 아들 녀석의 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머릿속까지 머드 가루로 하얗게 뒤집어썼던 아들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공연히 돈 몇 푼 아낀다고 가족들까지 힘들게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지하에 방 만들기 작업을 직접 하실 분들께서는 샌딩 작업을 할 때만큼은 전문가용 마스크를 쓰고 대형환풍기를 사용하기를 권장합니다)
* 드라이월 부착, 컴파운드 작업과 샌딩 작업 이후 기록사진이 부족한 관계로 인터넷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