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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Jul 25. 2020

Pandemic에 록키산맥 하루에 훑기(2)

Banff &Yoho National Park

인생=여행






Icefield Parkway로 들어서자 얼마 가지 않아서 편도 1차선으로 길이 좁아진다. 조카에게 Jasper까지 계속 이동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제부터 전 세계인이 드라이브를 해보고 싶어 하는 Icefield Parkway에서 인생 샷을 남기려면 주변 경관도 둘러보고 혹시라도 야생동물이 나오는지 잘 살펴보라는 당부를 했다. 그 말을 꺼낸지 일분도 안 지나서 높지 않은 언덕 위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비상등을 켜고 차를 갓길로 세웠다. 검은색 털이 반짝이는 야생곰이다.

밴프로의 여행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야생의 동물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지만 막상 여행하는 중에 야생곰을 쉽게 만나지는 못한다. 조카가 운이 좋은 것 다. 10년 넘게 매년 여름마다 몇 번씩 밴프나 재스퍼 혹은 요호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다녔지만 야생 곰을 본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동안의 경험과 주워들은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보면 야생곰의 덩치가 작은 것이 분명 주변에 어미곰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차에서 내리지는 못하고 언덕 주변을 살펴보는데, 어미곰이나 무리가 보이지 않는다. 조카는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은 모양이다.

우연히 만난 야생 곰

캐나다는 어느 곳이든 공원 입구에서부터 동물보호 홍보용 책자와 지도를 나눠주면서 차로 여행 중에 야생동물을 만나면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 캐나다에서의 벌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안내문구처럼 벌금을 최고 금액으로 적용하지는 않겠지만 공원 주변이나 국립공원 내 공공장소에 안내 표지판에는 벌금이 $25,000이라고 적혀있다.

조카에게는 그냥 줌렌즈로 당겨서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곰의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 아무리 찾아봐도 어미곰은 보이지 않는다. 아쉽지만 사진 몇 장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페이토 호수로 다시 차를 움직였다.


 페이토 호수(Peyto Lake)는 물빛도 아름답지만 호수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호수가 특이하게 곰발의 모양으로 보여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년인 2019년에는 페이토의 전망대와 주차장을 보수한다고 해서 호수를 폐쇄하고 입장을 시키지 않았었다.

Peyto Lake에 도착해보니 입구에 트럭 한 대가 막고 서있다. COVID-19 탓인가 보다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친절하게도 트럭에서 젊은 남자가 내려서 하는 말이 주차장 공사와 전망대 리노베이션 중이라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주차장과 전망대 공사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모르지만 1년도 넘게 통제를 하고 있는 페이토 호수. 이곳도 조카에게 보여 줄 수 없었다. 중국에 만만디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캐만디가 있다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몇 달이면 끝낼 수 있는 공사를 이곳 캐나다에서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다. 올여름에는 COVID-19 가 아니었어도 페이토 호수는 입장이 어려울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던 길을 돌아 나간다.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Bow Lake가 자리하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PeytoLake에서 Bow Lake로 내려가는 길 (google.com)

Icefield Parkway를 달리다 보면 어느 곳이라도 주변 경관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장관이 펼쳐진다. 문자 그대로의 만년설이 봉우리마다 하얗게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Bow Lake에 도착하고 보니 이곳은 Lake Louise 보다 더 많은 눈과 얼음이 남아 있다. 살아있는 록키의 느낌을 받아보라는 환영인사인지 우리가 호숫가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눈발이 날린다. 6월에 눈이라니...
이곳이 록키산 자락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하늘이 내려주시던 눈이 잠시 후 그친다.

주변에 눈밭과 얼음이 떠있는 Bow Lake

보우 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잠시 쉬면서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이제 오후가 되면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갈 것 같아서 Banff로 차를 돌렸다.


다시 Trans Canada Highway로 나와서 Banff로 돌아가는 길에 처음부터 들러보려고 했던 Johnston Canyon 방향으로 틀어서 Lake Louise 입구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Bow Valley Parkway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곳도 도로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길을 막아 놓은 상태다. Johnston Canyon을 가운데 놓고 양쪽으로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라서 남쪽 길에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COVID-19라고 해도 가는 곳마다 길을 막아 놓은걸 보니 한숨만 나온다. 관광객을 통제할 수 있는 시기라서인지 공사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Trans Canada Highway로 나가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Banff 입구에 직전에 위치한 Vermilion Lakes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웠다.

Vermilion Lakes View Point

버밀리온 호수 전망대에서는 밴프 중심가 양쪽으로 솟아 있는 Rundle Mt. 와 Sulphur Mt. 를 볼 수 있다. 수백만 년 전부터 몇십만 년 전까지 지각의 변동으로 3000m 높이의 산이 경사가 생기고 지층이 형성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안내문들이 늘어서 있다. 바로 앞에 펼쳐진 버밀리온 호수 옆으로 길게 나있는 도로에는 밴프 시내에서 자전거로 하이킹을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밴프 시내로 들어서자 햇살이 더 많이 보인다. 우선 Sulphur Mt.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오르기로 하고 곤돌라 매표소에 도착했다. 여름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매표소가 아니라 여행객은 몇 명만 보이고 오히려 안내하는 직원들만 잔뜩 눈에 들어온다. COVID-19의 힘이 여행의 모습을 바꿔 놓은 것 같다. 바로 우리 차례가 되고 매표소 직원이 앨버타에 거주하는지를 묻는다. 밴프 설퍼산 곤돌라에서는  앨버타주 거주자는 탑승요금 20%를 깎아준다.(인터넷으로 예약할 경우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찾아볼 수 있다.)

몇 분이면 2000m가 넘는 산봉우리에 관광객을 이동시켜주는 곤돌라는 참으로 대단한 기계임에 틀림없다. 설퍼산 망대는 한국에서 손님이 왔을 때나 어쩌다 한 번씩 올라오는 장소이다. 곤돌라 탑승권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서(성인 기준 $55) 가족들과 매년 휴가 때마다 올라오기에는 부담스럽다. 여행객들은 밴프와 재스퍼의 유명 장소를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이 있어서 상황에 맞게 구입하는 것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 여유가 많은 경우 설퍼산 정상까지 트래킹을 할 수도 있다. 거리상으로는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약 10km 정도이지만 경사가 심해서 힘든 코스로 알려져 있다. 숙련된 트래커는 2시간 내외로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보통 쉬엄쉬엄 오르면서 경치도 보는 경우에 4시간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서 깎아지른 듯 경사진 아래를 보면 산길을 따라 오르거나 내려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기도 한다. 트래킹 후에 곤돌라를 편도만 구입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설퍼산 기상관측대(왼쪽)와 산봉우리 사이로 보이는Trans canada Highway
설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밴프시내
설퍼산 전망대 전경

설퍼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밴프 시내의 모습은 장난감을 모아 놓은 것처럼 작아 보인다.

햇볕이 없는 그늘에서는 아직도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2451미터 높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시원하다 못해 써늘한 기운의 바람이 불어와서 긴팔 후디 위에 바람막이까지 입고 지퍼를 올렸다. 손이 시린 것도 느껴진다. 6월인데도...

곤돌라 탑승장이 있는 전망대와 기상관측대가 있는 정상까지는 나무로 깔아 놓은 계단식 데크로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서 이번에 밴프를 관통하는 보우강이 있는 산책로 쪽으로 차를 옮겼다.  

Bow Falls는 옛날에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인 마릴린 먼로가 영화를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Bow Falls 아래로 Bow강을 따라 가벼운 래프팅을 진행하는 장소도 있다. The Fairmont Banff Springs Golf Course를 끼고 내려가는 보우강을 따라 1시간 정도 래프팅을 하는데 두세 군데 급류처럼 지나는 곳도 있지만 어린이나 노인들도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물놀이 수준으로 진행한다. 래프팅을 마치고 나서 버스로 돌아오는 길은 밴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에 하나인 The Fairmont Banff Springs Golf Course에서 라운딩 하는 사람들과 프로샵과 여러 코스를 구경하면서 나올 수 있다.

보우 폭포를 끼고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인 상류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밴프 시내로 이어지는 다리가 나온다. 지인들에게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걸어서 이동하는 것을 강추하는 산책로이다.


보우 폭포를 돌아보고 시내로 나오는 길에 Cascade Garden에 들렀다. 밴프 시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옛날 Government 건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건물 뒤편에는 계단식으로 꾸며 놓은 여름철이면 수백 가지 꽃으로 물들어 있는 정원이 있다. 6월 초라서 그런지 이제야 꽃을 심고 있는 직원들만 눈에 보인다.

오래된 건물 앞에 서면  밴프 다운타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면에 보이는 Cascade Mt. 의 웅장함도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이다.

밴프 시내로 나와보니 가장 번화가이자 중앙 통로인 Banff Avenue를 막아 놓고 보행자를 위한 길로 열어 놓았다.

차량통제로 보행자 도로가 된 Banff Avenue

밴프 거리를 걷다가 이종사촌 여동생을 위해서 작은 선물로 캐나다 특산물이라고 알려진 Icewine Tea를 몇 개 구입해서 조카에게 엄마 선물이라며 전해주었다. Icewine은 단 맛이 강한데 Icewine Tea는 독특한 포도향과 함께 약간 새콤한 맛이 난다. 상큼한 맛과 향이 좋아서 휴가 때 밴프에 오면 가끔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이 티를 사서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을 하면 꽤나 좋아한다.


이제 오후 5시가 가까워져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캠핑장으로 돌아갈 생각에 마지막 장소인 Minnewanka Lake로 차를 움직였다.

민네완카 호수로 이동할 때 Tunnel mountain camp grounds 방향으로 돌아 나가면서 국립공원 캠핑장과 중간에 있는 Hoodoos라는 독특한 지형을 잠깐 보여주고 호수로 향했다.

Hoodoos

Tunnel mountain camp grounds옆으로 지나 도로를 따라 먹이를 물고 가는 여우를 발견했다. 역시 운이 좋은 조카 덕분에 새로운 야생의 모습을 만났다. 여우가 다람쥐를 사냥해서 돌아가는 중인가 보다. 옆으로 지나가는 우리차는 신경도 안 쓴다. 다람쥐를 물고 가다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는지 잠시 물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길가 숲 속을 주시한다. 어떤 상황이 보일지 몰라 비상등을 켜놓은 채로 반대편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기다려 보았지만 한 발짝 두 발짝만 움직인 채로 한 군데만 주시하는 걸 보고 숲 속에서 먹잇감이 움직여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먹이를 물고 가는 여우

해가 지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여우 관찰을 멈추고 민네완카로 차를 움직였다.


Minnewanka Lake의 이름인 민네완카는 인디언 말로 '영혼의 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영혼 즉 '죽은 자의 호수'라고 일컬어지는 미네완카 호수는 길이가 20km가 넘고 호수 깊이가 가장 깊은 곳은 140m가 넘는다고 한다.

Minnewanka Lake 유람선 선착장

호수를 왕복할 수 있는 유람선과 모터보트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개인이 보트를 가져와서 직접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호수 주변에는 백패킹으로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아직은 여름철이 아니라서 호수에 물이 가득 차 있지 않다. 8월이면 섬으로 보이는 곳이 맨땅을 드러낸 채로 돌밭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민네완카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Stewart Canyon 이 나온다. 겨울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트래킹 코스이기도 하다.

민네완카 호수로 이어지는 Stwart Canyon

미네완카 호수를 둘러보고 제방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면 Two Jack Lake가 우리를 반겨준다. 미네완카 호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아담한  호수이다. 투잭 호수 주변에는 캠프 사이트가 자리하고 있어서 카약이나 카누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텐트나 트레일러를 세워 놓은 바로 옆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Two Jack Lake에 도착했을 때 중년의 부부가 카약을 타고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바람이 불어서 카야킹을 하기에는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서로 재킷을 챙겨 주며 도와주는 모습이 훈훈해 보였다.

Two jack lake

Two Jack Lake를 마지막으로 이틀째 여행을 마무리하고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이다. 한 자루만 가져왔던 땔감이 거의 다 떨어져 가서 입구에 있는 오피스에서 통나무 땔감 한 자루를 사서 싣고 트레일러로 돌아왔다. 조카는 간단하게 식사 후 불도 피우고 밤하늘에 별도 보겠다며 트레일러 밖으로 나간다. 식사 뒷정리를 한 다음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낸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 Moraine Lake와 Peyto Lake 그리고 Johnston Canyon은 추후 다시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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