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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Aug 13. 2020

Pandemic에 록키산맥 하루에 훑기(3)

Kananaskis &Calgary

인생=여행







깜빡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조카는 어젯밤에 모닥불도 피워보고 밤하늘에 별을 사진으로 찍어 보겠다고 하더니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었나 보다. 조용히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어제 아침과 같은 산책길로 걸어본다. 빽빽하게 서있는  나무 사이로 햇살이 퍼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정말 좋다.

Bow Valley Camp site

강물이 흐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상쾌한 아침 공기. 바로 이것이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캠프 사이트를 보면서 하루속히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서 여러 사람들이 여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자리씩 건너서 막아 놓은 캠프사이트

오늘은 아침을 먹고 캠프 사이트 주변과 트레일러를 정리하고 에드먼튼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제는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게 보냈지만 오늘은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집에서 가져온 누룽지를 끓여서 김치와 밑반찬 몇 개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조카는 지난밤에 별빛이 가득한 사진을 찍었다며 보여주는데 제법 잘 찍었다.

Banff 밤하늘 별빛

짐 정리를 마치고 트레일러를 차에 다시 결합을 시킨 다음 출구 쪽에 있는 Dump station에 들러서 이틀 동안 트레일러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싱크대에서 사용하고 나온 오수와 폐수를 배출하고 세척까지 마쳤다.

Bow Valley Camp Grounds 에는 5대를 동시에 Dumping 할 수 있게  정화조 시설과 각각 2개의 상수도를 갖추고 있어서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청소하는 시간이 짧아서 좋았다.

Bow Valley Camp Grounds Dump station

이제 에드먼튼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조카가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스키강사 자격도 소지하고 있다고 해Calgary로 나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Kananaskis라는 곳의 스키장과 리조트 그리고 캘거리에 있는 올림픽공원에 잠시 들러 보기로 했다. Bow Valley Camp Grounds에서 Trans Canada Highway를 타고 캘거리 방향으로 20분 정도 나가면 Kananaskis라고 쓰여있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Highway 오른쪽으로 나가서 10km 정도 직진하면 Kananaskis 스키장과 리조트가 나온다.

Kananaskis Ski resort &  Kananaskis mountain lodges

Kananaskis mountain lodge가 있는 지역은 처음 방문을 해본 곳인데, 나름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고, 밴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지난겨울  대학 후배가 남편과 함께 밴프 여행을 왔다고 연락이 왔을 때 머물렀던 호텔이 바로 이곳에 있다. 여름철만 같았어도 한달음에 달려와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서 보냈을 텐데, 겨울철 장거리 운전은 눈폭풍이라도 오거나 눈비가 오면서 얼어버리는 Freezing rain으로 길이 얼어버리거나 할 경우가 생기면 큰 일이기 때문에 후배 부부를 만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낮시간이 짧기도 해서 오후 네시부터 어두워지는 겨울철 장거리 운전은 쉽지 않다.


리조트에 들러서 산책도 하고 주변 경관도 보면서 한숨 돌리는데 조그만 연못 앞에 할머니 두 분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할머니들처럼 나이가 들어서 이런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는 RV로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고 유럽 대륙으로 진출하는 것이 은퇴하고 나서의 희망사항이다. 가끔 아내가 장난처럼 은퇴 후에 아들과 딸이 각자의 터전을 마련하면 집을 팔아서 RV한대 장만해서 여행하자고 한마디 해줄 때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내가 아내와 트레일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배우는 것은 은퇴 후 여행을 위한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면 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진다.


다시 Trans Canada Highway로 나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잔 마시며 에드먼튼으로의 장거리 운전을 대비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Kananaskis 초입에 있는 Gas station

캐나다는 한국과 다르게 고속도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톨게이트가 없다. 고속도로 이용에 따른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톨게이트가 없다. 다만 국립공원 입구에는 공원 입장에 따른 일일 이용권이나 연간 패스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둘째는 휴게소가 따로 있지 않다. 고속도로 갓길에 드문드문 주유소가 한두 개 있을 뿐이고 그 안에 편의점이나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파는 맥도널드와 팀 홀튼 같은 곳이 있을 뿐이다. Gas station이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주유도하고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기도 한다.

캘거리를 향해 다시 출발해서 나오는데 오늘이 삼 일간의 여행 중에 날씨가 제일 좋다. 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구름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Trans Canada Highway

캘거리에 들어서며 시간을 보니 오후 2시가 다 돼간다. Stoney Trail 우회도로를 타기 전에 교차로 우측에 위치한 캘거리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1988년 하계 올림픽은 서울에서 열렸고, 그해 동계올림픽이 이곳 캘거리에서 열렸다. 요즘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2년의 격차가 있게 시행이 되지만 당시에는 하계와 동계 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하계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리던 동계올림픽은 1992년 이후 1994년부터 하계올림픽과 2년의 간격을 두고 열리고 있다.

Calgary Olympic Park

캘거리 올림픽공원은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을 하는 스포츠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스키를 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여름철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상당수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스키 점프대에 짚라인을 설치해서 시민들에게 개방을 하고 레저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한두 해 전에 캘거리시에서 동계올림픽을 다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유치 신청이 진행되지는 못했다. 역시 조용히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올림픽공원 주출입구가 닫혀 있어서 차를 돌려 나갈 생각에 공원 뒤편으로 향했는데 뒤쪽으로 커다란 주차장이 열려있어 그곳에 차를 세우고 조카와 함께 성화 기념탑과 조형물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둘러보았다. 예년과 같았으면 여름방학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로 가득 찼을 체육시설들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이제 오후 2시가 넘었으니 에드먼튼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가는 트레일러를 매달고 다니면 자동차 연료 주유를 자주해야 한다. Stoney trail을 이용해서 캘거리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크로스 아이언 몰 옆있는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하고 나서 보니 팬데믹때문에 문을 닫아서 영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쇼핑몰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캘거리에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경계수위를 조정하고 대형몰도 오픈을 결정한 모양이다. 출출하던 참에 몰 안에도 둘러보고 푸드코트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서 먹을 생각에 마스크를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 쇼핑몰 안에 매장들은 아직도 열지 않은 곳이 많이 보였다. 조카는 아이언 쇼핑몰이 한국의 아웃렛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푸드코트로 가는 길에 매장들을 구경하며 다. 쇼핑몰 안 푸드코트가 보여 음식을 고르다가 타이음식으로 주문하고 테이크 아웃으로 받아서 트레일러로 돌아와 의자를 꺼내서 펴고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도시락도 좋았지만 한적한 주차장에서 의자를 펴고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된다.

푸드코트의 규모가 꽤 큰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식당 직원이 담아준 1회용 도시락 용기에 음식이 넘칠 정도로 담겨 있었다. 조카와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양의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도시락을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에드먼튼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올랐다.

아이언몰에서 산 음식을 넓은 주차장에 세워 놓은 트레일러 그늘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카는 돌아오는 차에서 2박 3일 동안 밴프에서의 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고 하면서 다음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다고 짧았던 여행 소감을 말했다. 다음에는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의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꼭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정말 많다고 덧붙인다.

조카의 밴프 여행은 단 하루만 본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시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여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조카의 말처럼 다음엔 우리 집에서 이종사촌 여동생의 가족들이 함께 식사도 하고 캠핑과 여행도 하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너무 짧아서 아쉽지만 다음에는 하루에 다 돌아보던 것을 천천히 다니면서 휴식 같은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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