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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Mar 03. 2020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공은 누가 가져가는가

예전에 책 <모기>를 읽다가 말라리아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어떻게 말라리아가 단일 전염성 질환으로 노벨상을 세 번이나 받게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15년 노벨상의 주인공은 중국의 투유유였다. 투유유가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그녀가 박사 학위나 외국 유학 경험도 없는 '3無 과학자'라는 점, 그리고 그녀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인 '아르테미시닌'(말라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억제제) 누가 발명했는지를 두고 끝없는 논쟁과 소송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건은 1969년에 있었던 '523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4년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과 미국 양 군대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상자가 전투로 인한 사상자보다 더 많았다. 두 나라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필사적으로 찾았고, 베트남이 지원 요청한 중국에서 '523 프로젝트'라는 군사 보안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때 연구팀은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해냈고, 당시 투유유가 연구팀 대표로 '아르테미신'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523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투유유 (출처: www.nobelprize.org)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1986년 많은 제약공장이 아르테미신을 수출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재빠르게 신약 신청을 한 중약연구소는 소유권 소송을 통해 그동안의 연구 경비를 회수하고 자신의 권리를 강화하려고 했다. 문제는 승소한 중약연구소가 법정에서 "이 과학연구 성과에서 중약연구소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이것이 '523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불만을 일으켰다. 


'523 프로젝트'의 주요 참가자 9명은 아르테미시닌이 전국의 수백 명의 과학기술자들이 함께 몇 년 동안 노력해서 거둔 세계적인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중약연구소와 어떤 한 사람(투유유)이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것처럼 간주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이렇게 아르테미시닌을 둘러싼 2차 소송이 진행됐다. 결과는? 이번 소송도 중약연구소의 승리였다. 당시 '523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다른 연구원들은 모든 공을 중약연구소와 투유유가 차지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제4 공식: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

-<포뮬러>, 엘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이 모든 이야기는 책 <포뮬러>에 나오는 성공의 제4 공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4 공식의 앞부분,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아르테미신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기 전까지에 해당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523 프로젝트는 누가 공을 독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양성과 균형을 통해 팀의 성공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집단 협력 연구의 우수성을 드러낸 좋은 사례였다. "누가 공을 차지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성과를 올리게 되는지 정말 놀랍다."고 한 미국의 트루먼 전 대통령이 한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무려 30년 전에 발명된 아르테미시닌은 상하이에서 열린 말라리아 관련 회의에 참여했던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원에 의해 우연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회의에서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사람이 누구고 어떻게 발견했는지 묻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투유유가 최종적으로 추천 되었다. 하지만 투유유를 추천한 쑤진좐은 이렇게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그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팀이 함께 한 것이 분명하다. 참여자가 500명이 넘고 30-40개 기관이 10년 넘게 연구를 했다. 따라서 그녀 혼자만의 공헌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팀을 추천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성공에 기여한 모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슈퍼스타 한 사람이다.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은 상을 받는 그 사람이다. 위의 언급된 것처럼 "팀을 추천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안타깝지만)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여기서 성공을 한 사람이 독차지한다는 성공의 4 공식은 내가 열심히 해도 공은 누군가가 가져갈 테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바라바시 교수는 이 공식이 '우리 사회가 보상을 나눠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다시 1986년으로 돌아가 보자. 중약연구소가 아르테미신을 자신이 발명한 신약으로 신청했을 때, 그 증서에는 투유유의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소송을 위해 중약연구소는 아르테미신을 발명해냈다는 자료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투유유를 찾았다. 임상실험 당시 솔선수범해 약을 시험 복용하고 치료효과를 검증했던 투유유는 그 요청에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을 인정받았다. 투유유가 받은 노벨상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3無 과학자' 투유유가 스스로 쟁취한 것이다.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 이 공식은 우리가 운명에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을 독차지한 사람에게는 두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1) 무례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남의 공을 가로채지 말 것 2) 대단한 성공의 이면을 바라보면 분명히 집단역학의 에너지와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 그래서 성공에는 정직하고 진실되고 겸손하라!는 격언이 항상 따라다니나 보다.

#포뮬러 #성공의공식포뮬러 #바라바시 #씽큐베이션 #실력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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