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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심소현 Dec 30. 2021

아로마 카드 리딩과 명상

삶은 펼쳐지는 그대로 아름답다.

거제도 여행 셋째 날 아침. 금강경을 들고 카페에서 에그타르트와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동생과 아침 요가를 신청하러 갔다. 그런데 아쉽게도 당일 예약은 안되어 할 수 없는 상황. 대신 요가 후에 하고 싶었던 1:1 아로마카드 리딩과 명상은 가능하다고 했다. private하게 한 명씩 50분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때마침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동생과 나 두 명이 함께 할 수 있게 진행해준다고 하셨다.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향했다. 일부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공간이어서인지 가는 길이 홀에 비해 싸늘하게 느껴졌다. 나의 기운을 눈치 채셨는지 선생님께서는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보시고는 "어마무시한 책을 읽고 계시네요. 어렵지 않으세요? 전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라고 친근함을 표현해주셨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21층의 마인드풀 스튜디오였다. 거제도의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과 그로 인해 무한히 반짝이는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이 주는 느낌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저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미리 준비된 매트 위에 앉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호흡을 정돈했다. 몸은 육체, 마음은 정신이라고 생각했을 때 정신적인 부분, 마음 깊은 부분인 무의식까지 닿기 위해서는 먼저 육체의 긴장을 풀고 완전한 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상과 아로마 카드리딩에 들어가기 앞서 요가동작으로 경직된 몸의 근육들을 하나 하나 풀어주었다.


요가는 내 몸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목부터 허리 골반, 다리까지 내려가며 호흡과 함께 통증을 가만히 느껴주었다. 그동안 내 몸에 참 무심했구나 싶었다.


간단한 요가를 끝내고 선생님께서 요가매트 하나를 앞쪽으로 놓고 두 분 모두 가까이 앉아보자고 하셨다. 동생이 자신의 매트를 끌고 가 선생님 앞으로 매트를 길게 놓았다.


 "언니에 대한 사랑이 깊으시네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매트를 언니 쪽으로 훨씬 깊게 두셨네요.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무의식적 행동들에서 우리 마음을 알 수 있지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늘 그저 언니를 위해주는 동생의 마음이 '사랑이 깊다'는 한마디로 모두 표현되었다. 태양이 내리쬐는 그 공간에서 동생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눈물이 그저 계속 흘렀다. 흐르는 눈물을 추스르고 선생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타로카드와 비슷해보였지만 우리가 뽑게 되는 건 아로마카드였다. 카드에 그림과 함께 아로마 향이 적혀있었다. 그 향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카드 중 두 장씩을 골랐다. 처음 뽑은 카드는 몸의 영역, 두 번째 카드는 마음의 영역을 표현해주는 줄 것이라고 했다. 카드를 각자 두 장씩 고르고 선생님께서 먼저 나의 첫 번째 카드를 먼저 뒤집어 보았다. 페퍼민트였다. 그림을 보고 드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해보라고 했다. 카드를 보자 감정이 요동치며 말을 하기 어려웠고 눈물이 났다. 당당함,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 카드는 명확한 목표설정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이기도 했다. 육아를 하면서 늘 흐지부지 되어 힘들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어도 '올 해는, 내년에는' 이런 식으로 늘 미루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아이들을 키우며 엉망이 된 집 정리와 리모델링도 내겐 너무 벅차게 느껴져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씩 이루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색은 목의 차크라를 의미한다


두번째 뽑은 향은 클로브였다. 그리고 카드에는 편안하게 모든 걸 내맡기는 듯한 인상의 여인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이 카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상이 있다면 내려놓을 것을 말해주는 카드라고 하시며 나에게 내려놓아야 할 상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육아를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상(象)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아갔던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상을 예로 든다면 "이 정도는 공부 해야지" "몇 살인데 이건 배워야지" "대학은 반드시 가야지." "우리 나라에서 살려면 그래도 대기업에는 취직해야지" 등 사회가 말하는 관념들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관념을 내가 알아차리지 않으면 내 아이들은 나의 관념에 물들어 또 다시 그러한 관념이 되물림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었다. 내 안의 관념들을 제거하고 내려놓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까지 참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내 안의 관념을 지우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는 것(正見), 내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남편에 대한 상은 또 어떠한가. 집안일을 늘 같이 하는 아빠 밑에서 자란 나는 남편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화가 나고 야속했다. 이 또한 남편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상일 것이다. "내 남편이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주말이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지." 등 상을 세워놓고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 하는 것 또한 내가 나만의 프레임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을 내려놓는 것, 이 것이 어쩌면 올 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나의 과제인 것 같다고 했다.



녹색은 가슴 차크라를 의미한다.


나의 긴 나의 나눔을 마치고 이번엔 동생의 카드를 뒤집었다. 첫번 째 향은 페츌리였고, 카드에는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동생은 이 카드를 보며 자연 안에 있는 듯한 모습이고 그 상황을 충분히 느끼고 만끽하는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클로브 향은 굉장히 묵직한 향인데 카드의 여인 또한 나이가 지긋이 들었지만 굉장히 우아한 모습인 것을 지적하시며 지금 동생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관리자로서의 모습이라고 말씀해주셨고, 한 쪽으로 에너지가 과하게 쏠려 있는 건 없는 지 물으셨다. 동생은 제부의 직장으로 인해 평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양가의 도움 없이 6세 전까지 첫째를 가정 보육으로 키웠다. 둘째가 생기면서는 두 아이를 홀로 돌봤는데 코로나 시국에 신생아를 돌보며 그 누구의 도움도 쉽게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육아에 모든 에너지가 쏠려 있던 터였는데 이러한 카드가 나온 것이다. 정말 그 에너지가 놀라웠다. 또한 동생은 자신이 막내이다보니 선택의 상황 앞에서 늘 엄마나 언니에게 늘 조언을 구했고 그러다보니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최근에는 엄마가 아프신 상황에서 집 문제와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카드에 나온 여인처럼, 동생은 이미 성숙한 어른이라는 것, 그리고 내면에 그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씀해주셨다.


동생이 두번 째 선택한 아로마 카드는 오렌지였다. 카드에는 젊고 귀여운 여인이 오렌지에 둘러 쌓여 눈을 감은 채 그 상큼함을 느끼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이를 보더니 아주 새콤한 오렌지의 '맛'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동생의 말을 들으시더니 시각적인 것을 보고 청각이나 미각 등 다른 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공감각이 매우 발달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하셨다. 동생은 사진과 영상, 음악에 관심이 많은데 동생이 만든 유투브 영상을 보면 아름다운 색채와 그 배경음악 등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결혼 전 일하던 직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마케팅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동생 같은 특성의 사람들은 그저 '말랑말랑'하게 일상을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동생의 예전 아이디가 말랑말랑이었어서 심히 놀랐다!) 그러나 동생은 결혼 후 제부의 직장으로 싱가폴, 평택 등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혼자 결정하고 해내야 했던 시간들과 두 아이를 낳은 후에는 코로나 시국에서 홀로 육아라는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면서 그 무게에 지쳐 있었다. 선생님은 동생에게 이 오렌지 카드에 나온 여인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저 상황을 즐기고 조금은 가벼운 모습이. 난 이 때 제부의 모습이 생각났다. 제부는 정말 순간 순간을 사는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놀 때는 아이들 보다 즐거워하고 어제의 걱정이나 내일의 불안이 없다. 누우면 바로 잠든다. 어쩌면 제부는 동생에게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거울처럼 비추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생은 출산 후 왜 이렇게 무거워졌는 지 모르겠다고 하며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며 두 아이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 무엇보다 건강도 약하고 백신도 안맞은 엄마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너무 걱정이 된다고 눈물을 보였다. 눈물 흘리는 동생을 고요히 바라보던 선생님은 "동생분은 자기가 없으시네요.." 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스스로 하는 선택이 어려운 것은, 자기가 내린 결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결정은 좋아 보이고 옳아 보이기에 따르지만, 그 아래에는 '나는 못 해' '내 결정은 틀릴거야.' '난 부족해.'라는 의식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으로 인해 '내가 선택한 것이 틀리면 어쩌지.' '나의 결정으로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라는 불안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옳고 그른 것도 없다. 단지 내가 선택하고 그것을 옳은 것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그 뿐이다. 선택해서 그로 인해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함으로써 다음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자신 안에 쌓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경험이든 불필요한 경험은 없다. 그 모든 경험들이 쌓여 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 자신을 믿게 되고 나만이 내릴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이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만이 내릴 수 있는 그런 선택을 말이다. 어쩌면 동생에게 필요한 에너지는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그저 가볍게 매 순간을 즐기고 느끼고 선택하는 것.



모든 리딩을 마치고 각자 선택한 아로마 향을 손바닥에 바르고 향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내면의 불안, 조바심, 죄책감, 아집 등 검고 어두운 기운들을 모두 내려놓은 맑은 상태에서 향을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심상화했다. 이 때 선생님은 싱잉볼을 울려주셨다. 순수하고 맑은 기운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향을 들이 마시며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받아들였고, 자연의 주파수를 연주하는 싱잉볼의 파동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시간을 보았는데 예정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선생님과 우리 모두 너무 놀라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인생이란 이런 것인 지 모른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훨씬 더 멋진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물론 고통의 순간도 있겠지만, 고통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 끝에는 축복이라는 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만난 아로마 카드리딩과 명상 시간은 나에게 굉장한 힐링을 선물해주었다. 요가만 하러 갔다가 계획에 없이 진행 된 이 시간은 어쩌면 예정 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에게 오는 모든 인연과 순간들이 소중하다.



#거제 #벨버디어 #은실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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