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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심소현 Jun 03. 2022

은사님의 퇴임식

은사님의 퇴임식에 다녀왔다. 항상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며 교수님 연구실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은데 벌써 은퇴를 하신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마음을 담은 선물과 손편지


2004년 대학 4학년. 당시 나는 한 창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할 때 였는데 한 학기를 남겨 두고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Wasgington Leadership Program이라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신설 되었는데 운 좋게 선발이 된 것이다. 그 때 내게 기회를 주시고 미국에서 지도해주셨던 교수님이 바로 어제 은퇴하신 홍규덕 교수님이시다.


오늘의 주인공 홍규덕 교수님


경영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내게 정치외교는 관심 밖의 분야였는데 교수님 덕에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에서 공부하면서 세계의 정치, 경제, 국제, 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강의도 듣고 리포트도 작성하면서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Goerge Mason University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밤 늦게까지 자료를 찾고 동기들과 토론하며 탈북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논의했던 그 밤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언론에서만 보던 백악관에 방문해 미 의회를 둘러보고 연방준비은행 (Federal Reserve Bank) 회의장에 들어가 연준 의원들처럼 테이블에서 모의 회의를 해보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앉은 의자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엘런 그린스펀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ㅎㅎ)


게티스버그에서 말을 타고 거닐며 링컨 대통령의 명 연설을 기억해 보기도 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UN에 방문해 국력을 키우는데 일조해야 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그 순간들이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학교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이경숙 전 총장님, 정계, 군에서도 많은 분들이 교수님 퇴임식을 함께 기념하고 새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해 주셨다. 졸업 후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도 함께 말이다.


이경숙 전 숙대 총장님


제자 중 한분이 만든 교수님 퇴임을 기념하는 영상을 보는데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정말 30년간 숙대에서 학교 발전을 위해 애쓰셨을뿐 아니라 안보 전문가로서 나라 일에도 힘쓰셨고 무엇보다 제자들을 너무 사랑하시며 항상 무엇이든 도전해보라는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께서 내게 "이 곳에서 더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한국으로 들어가 아나운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아나운서 시험이라는 것은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돌아와서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고 활동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그 때 만약 거기서 공부를 더 했으면 어땠을까? 가끔은 가보지 않은 그 길을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하게 그 곳에서 아나운서 선배와 언론고시반 후배를 만나 잠시 즐거운 커피타임도 가졌다. 교수님 주변에 좋은 분들이 워낙 많아 이렇게 다들 바쁜 가운데에서도 교수님 덕에 오랜만에 만났다며 짧지만 행복한 수다 시간을 보냈다.


선배 전찬희 아나운서와 후배 현진이


교수님 퇴임식을 다녀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껏 많이 받았고 그 덕에 누리고 있는 만큼 나 역시도 교수님처럼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퇴임식에 학부생, 대학원생, 군에 장학금을 전달하시면서 떠나가시는 그 날까지도 후배들에게, 나라에 베푸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나누어 줄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철학을 늘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고 싶다.




3년 전, 학교 근처를 지나다 무작정 전화드리고 연구실을 방문했던 그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당시에 교수님께서는 어린 남매에게 시원한 음료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과자를 주시고 콩나물, 새싹모양 볼펜을 선물로 주셨는데 9세가 된 아들은 지금도 교수님께서 주신 그 볼펜과 연구실에서의 추억을 기억한다. 교수님의 사랑이 제자인 나를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진 것 같아 가슴 벅차다.


교수님~ 인생 2막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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