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애도가 필요하다

by 조아서

C가 우리 곁을 떠난 지 49일.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납골당을 다녀왔다.

추석을 앞우고 성묘를 오는 사람들로 주차장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C가 안치된 별빛당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열뿐이었는데,

그 사이 빽빽하게 4열까지 채워져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허무하고 기묘할 줄이야.


월요일, 평소처럼 어김없이 출근해 회의 중이었다.

그때 회사 상담사에게 안부 쪽지가 왔고, 오랜만에 근황을 주고받았다.

사실 근황이라 부를 만한 게 없었다.


개인사가 일상을 덮쳐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나날이었다.

친구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단어 하나를 입에 올리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끄억끄억 소리르 삼키며 힘겹게 상담을 마칠 때쯤,

상담사님은 내게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다.


김형경 작가의 <좋은 이별>




상실에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일에 '좋은 때'가 있듯, 애도에도 '적절한 때'가 있다고.

충분히 기억하고, 슬퍼하고, 분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겉으로는 덤덤한 일상을 보내지만,

내 안에서 죄책감, 우울, 무력감, 슬픔이 한꺼번에 뒤섞여 무거웠다.

책을 읽으며 이 모든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위안해주는 듯했다.

억지로 감정을 누르지 않기로 했다.


애도에는 정해진 시간이란 건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적절한 때'는 분명 있다.

그때를 놓치면, 마음의 병이 언제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C도 내가 아픈 모습을 보면 슬프겠지.

그래서 상담사님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건네주신 것 같다.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애도하려 한다.

충분할 때까지,

글로써 내 마음을 써내려가며.



- 2020년 9월, 애도의 시간을 건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