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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점점점)

by 박은영

우리는 자꾸만 사라진다

서로를 껴안은 모양으로


힘껏 마주 안아도 비어 있는 우리는 없음인가


여기는 항상 장마인데


다 장난 같아 비를 비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는 것이 네가 너고 내가 나인 것이 전부


꿈속에서는 빗물이 투명하다


깨어나면 꼭 흐리고


꿈을 밟아서 탁해졌나 봐

맑은 것은 다 꿈에 있으니까


창문 가에는 냉해로 죽어가는 잎들

그 앞에는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손이 있다


걘 무더운 장마 속에 살아야 해


살결이 너무 건조해서

아 그래서 닿는 모든 것이


더 나아진다는 말을

살리는 것과 죽이는 것이 사실은 같다면

더 나빠진다는 말을


어떻게 그럴 수가


좋아질 거야 최악은 아니야 쉬운 말에 차가운 손이 닿으면 검붉은 얼룩이 생긴다


꿈에서는 햇살이 흐르고

깨어나면 우리가 사라진다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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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장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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