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꾸만 사라진다
서로를 껴안은 모양으로
힘껏 마주 안아도 비어 있는 우리는 없음인가
여기는 항상 장마인데
다 장난 같아 비를 비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는 것이 네가 너고 내가 나인 것이 전부
꿈속에서는 빗물이 투명하다
깨어나면 꼭 흐리고
꿈을 밟아서 탁해졌나 봐
맑은 것은 다 꿈에 있으니까
창문 가에는 냉해로 죽어가는 잎들
그 앞에는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손이 있다
걘 무더운 장마 속에 살아야 해
살결이 너무 건조해서
아 그래서 닿는 모든 것이
더 나아진다는 말을
살리는 것과 죽이는 것이 사실은 같다면
더 나빠진다는 말을
어떻게 그럴 수가
좋아질 거야 최악은 아니야 쉬운 말에 차가운 손이 닿으면 검붉은 얼룩이 생긴다
꿈에서는 햇살이 흐르고
깨어나면 우리가 사라진다 자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