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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by 박은영


여기 호랑이 한 마리가 있다

가만히 돌고 있는


표정이 없어 초점 잃은 눈은

평온일까 슬픔일까


어느 쪽이라도


한번은 살아봐야 하지 않겠니 맹수의 삶을

걘 우리 안에서만 평생을 살아서


새벽에 몰래 문 열어주면

결국 모두 철창에 갇히게 될까


숨이 차올라 막힐 때까지 도망쳐

쫓기는 것도 맹수의 삶이라면


아마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바랄 수는 있잖아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 해도

호랑이의 행복 같은 거


어떤 약속도 하지 말자

결국 같은 곳을 향해 뛸 거니까

다시는 만날 수 없어도


부디 행복해


부질없는 기도가 지나간 자리엔

우리가 있다


아주 텅 비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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