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호랑이 한 마리가 있다
가만히 돌고 있는
표정이 없어 초점 잃은 눈은
평온일까 슬픔일까
어느 쪽이라도
한번은 살아봐야 하지 않겠니 맹수의 삶을
걘 우리 안에서만 평생을 살아서
새벽에 몰래 문 열어주면
결국 모두 철창에 갇히게 될까
숨이 차올라 막힐 때까지 도망쳐
쫓기는 것도 맹수의 삶이라면
아마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바랄 수는 있잖아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 해도
호랑이의 행복 같은 거
어떤 약속도 하지 말자
결국 같은 곳을 향해 뛸 거니까
다시는 만날 수 없어도
부디 행복해
부질없는 기도가 지나간 자리엔
우리가 있다
아주 텅 비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