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방법이 쉽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또 당첨되지 않는 한 부자되긴 틀렸어"
"주식으로 대박 나는거 말고는 답이 없다"
이런 식의 말을 얼마나 자주 듣는지 모른다. 돈 얘기를 하고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면 왠지 모르게 긍정적인 사람보다는 부정적인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집값이 너무 쎄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 애들 키우는데 돈 너무 많이 들어간다. 월급이 너무 적다. 월급이 많은데도 모자란다. 등등.
나도 그런 말들에 동의했을 때가 있었었다. 2012년 5월에 주유소에서 scratchers (동전으로 긁어서 바로 결과를 알수 있는 방식의 복권) 를 하나 사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게 기억이 나서 찾아 보았다. 사진과 함께 내가 쓴 글은 "As I get older, the more I realize is that "this is the answer!"" 이었다. 복권 아니고서야 답이 없다 뭐 그런 생각이었다. 나름 농담으로 쓴 말이긴 했지만, 그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로 앞길이 캄캄했다. Long Beach 항구 근처에 있는 trucking company 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항구로 들어오는 화물선에서 내리는 컨테이너들을 트럭에 올려서 도착지까지 운송하는 회사였는데 월급이 3천 달러였고 첫째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이었다. 어떤 일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어떤 면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었는지 거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일을 하다가 화장실을 갈때마다 그 화장실 문을 열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라고 매일 똑같은 생각을 했던 그 장면은 꼭 어제 일같이 생생하다.
인스타그램에 그렇게 올린게 좀 있으면 12년이 된다. 그 12년동안 복권을 사 본적도 거의 없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도박을 크게 해본 적도 없다. 결혼하기 전에는 라스베가스에 놀러가서 블랙잭이나 룰렛을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던 나였지만, 결혼을 하고 나선 내 돈이 나만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써버릴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결혼한 후론 "대박"이란 단어와 아무 연관성 없는 삶을 살아왔다. 주식시장에 투자를 시작한건 8년 가까이 되는데 크게 뛰는 주식을 골라본 적도 없다. 그냥 가장 risk 가 적고 꾸준한 방법으로 천천히 늘려왔을 뿐이다. 이게 답이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대박이 없는 투자방식, 돌려서 말하면, 대박이 날 일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크게 낭패를 볼 일도 거의 없는 안전한 투자방식. 이것만 잘 알고, 욕심 조절만 잘 해도 누구나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수 있는데 계속 "대박"만을 기다리며, 쫓아가며 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 조금씩 구체화 되어서 "personal finance coach"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연결이 되었다. 난 이렇게 하는게 주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믿어서 그런 것이지 이렇게 해서 내가 돈을 벌어야지 라는 생각은 안했다. 어찌 보면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반 이상인것 같다.
주식 조금 해본 사람은 주식 전문가인척 하고, 투자를 처음 시작해보려는 사람은 그런 주식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뛰어든다. 최근 3-4년 사이에 투자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을 많이 봤다. 돈을 번 사람도 있고 돈을 잃은 사람도 있다. 돈을 번 사람들은 주식 시장의 흐름을 파악했다고 믿기 쉽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별할 줄 아는게 진짜 지혜이다. 난 내가 어디까지 모르는가에 좀 더 관심을 갖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재정과 미래가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주위 사람들 만큼은 더 늦게 전에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투자"의 탈을 쓴 "도박"이 무엇인지 알고, 좀 더 현명한 투자를 하는 방법을 말이다.
위에선 말한 "대박이 없는 투자방식"을 가장 쉽게 설명한다면 단연코 "index fund" 라고 할 수 있다. Index fund 라는 것은 mutual fund 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데 mutual fund의 장점인 diversification (한국어 사전에는 "다각화, 다양화"라고 나오는데 단어들이 익숙하지 않다) 의 요소는 가장 simple 하게 극대화 되었고, mutual fund 의 약점인 fee 는 최소화 시켰다고 보면 된다. Index 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주식 시장에서의 문맥에서 볼땐 경제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기본값"같은 개념이다. 경제가 좋네 나쁘네 대충 알 순 있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수치로 계산하고 기록하려면 뭔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S&P 500 인데 Standard & Poor's 라는 기관에서 정하는 미국의 최대 500개의 상장 기업 리스트이다. S&P 가 정해놓은 규정에 따라 어떤 기업들이 그 500개 안에 포함되는지 결정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 번 올라오면 리스트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지만 정기적으로 몇몇은 빠지고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오게 되고 한다. S&P 500 는 여러개의 index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고, 그 외에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index fund 는 종류가 다양하다.
위에서 말한 "index fund"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내가 말하는 "투자"의 기초이다. 새로 뜨기 시작하는, 아니면 조만간 크게 급부상 할 것 같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본다. (한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을 single stock 이라고 부른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이든, 어떤 곳에 투자를 하든지 가장 핵심 요소는 언제나 risk vs. reward 인데, 대게 reward 가 크면 risk 가 크기 마련이다. 둘을 비교했을 때 risk 보다 reward 가 크면 좋은 투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아무리 reward 가 크게 예상된다 하더라도 risk 에는 제한선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평범하게 사는 중산층일 수록 우리는 "남는 돈" 혹은 "없어져도 괜찮은 돈"으로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과 인내가 가득 담겨서 우리의 미래를 준비시켜 주고, 우리 자녀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돈이기 때문에 천천히 늘어가는건 받아들일수 있어도 순식간에 반토막이 날 만한 위험부담이 있다면 단연코 피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처음에 말한 "대박이 아니면 답이 없다"라는 마인드셋은 부자가 되는 길 말고도 삶의 여러 방면에서 볼 수 있다. 노력없는 댓가를 원하는 마음, 결과는 원하되 인내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Index fund로 부자가 되는 것은 굉장히 느리고 심심한 길이다. 내가 가진 주식이 어떤 뉴스 하나에 하루에 10%-20% 뛰어 올라서 "유후!" 소리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런 모습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고, 5년뒤에 돌아봤을 때 "우와, 어느새 이렇게 늘어났네" 하고 신기해 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물론 이해한다. 특히 젊은 남자들 사이에선 "내가 이 주식 잘 될줄 알고 딱 오르기 전에 왕창 사놨자나" 라고 말하며 뭔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똑똑한 척 하고 싶은 욕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주식 몇개 샀다가 10%, 20% 떨어지는 것을 체험하고 "난 투자같은 건 절대 안해"라며 은행 savings account 에만 돈을 넣어두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투자의 종류와 방법의 다양함과 각 상황에 맞는 (일반인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선택할 줄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어려운게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지 조금만 배우면 크게 달라진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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