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구하는회계사 Feb 02. 2024

$7짜리 라떼 마신다고 가난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건 Big Picture

내가 대학생활을 하고 막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할 쯤엔 혼자서 fast food 를 먹으면 보통 $5-6정도였고, 커피는 $3정도였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즐기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입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할수 없이 이것저것 많이, 특히 시럽이 많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커피숍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카라멜 마키아토같은) 커피를 마시게 된다. 커피나 다른 종류의 디저트가 식사 가격의 반 정도라고 하면 그럭저럭 납득이 간다. 이제는 어느 커피숍엘 가도 $5 아래로 찾는게 쉽지가 않다. 물론 fast food 가격도 엄청 올라서 이젠 맥도날드에서 콤보 메뉴를 시키면 $10이 넘어가긴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자랑거리인 In-n-out 에는 아직도 $8정도에 한끼를 해결하는게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번에 말했듯이 나는 fast food 를 먹으러 갈때는 캔 콜라를 챙겨가고 보통 혼자 먹을 때는 fries 도 안 먹기 때문에 아직도 $4.15에 점심식사가 가능하다. 내가 마시는 종류의 커피는 $4.15 보다 싼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커피값이 식사값을 재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요즘 미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phrase 중에 "double-digit latte" 라는 표현이 있다. 라떼의 가격이 두자리 숫자 ($10 이상)라는 뜻인데, 물론 과장이 섞인 것이고 두 세가지 추가 옵션을 넣지 않는 한 $10 짜리 라떼는 약간은 말이 안된다. (근데 요즘은 카드로 돈을 내면 스크린에 싸인을 하라고 하는데 보통 $1-2 정도의 팁이 자동으로 선택되어 있어서 팁을 안 주고 싶으면 직접 "no tip" 을 탭 해야 하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점심은 대충 먹거나 심지어 돈을 세이브하기 위해 집에서 싸 간다 하더라도 라떼는 얼마가 됐든 꼭 손에 들고 다녀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풍자하는 표현이기도하고 말도 안되게 비싸진 커피 가격을 어이없어하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다. 


지난번에는 내가 캔 콜라를 들고 다니는 것, 쿠폰을 바라보는 자세 등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몇 달러씩 아낀다고 해서 부자 되지 못하던 사람이 부자 되는 것은 아닐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지출들은 매달 항목 별로 미리 정해놓은 budget 이 있는지 매일 혹은 매주 잘 지켜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와 관계가 깊은데 그것은 실제 돈의 액수에 연관되어 있다기 보단 나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나의 마음가짐에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사실 부자가 되어가는 길에서 move the needle 하는 것은 큼지막한 결정과 큼지막한 희생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족이 빚을 갚아가는 상황에서 Dave Ramsey 의 7 Baby Steps 를 따라 했다고 했는데, 그 steps는 다음과 같다. 


Step 1: Save $1,000 for your starter emergency fund

Step 2: Pay off all debt (except the house) using the debt snowball

Step 3: Save 3-6 months of expenses in a fully funded emergency fund

Step 4: Invest 15% of your household income in retirement

Step 5: Save for your children's college fund

Step 6: Pay off your home early

Step 7: Build wealth and give

(링크


위에서 가장 intense 하고 어려운 step 은 단연 #2 였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 가족이 이 여정을 시작할 당시에 화이팅은 넘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소득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껴쓰고 또 아껴써도 남는 돈이 없을 때는 baby step 1의 $1,000 을 만드는게 너무 힘들고 "debt snowball"이라는 방법으로 빚을 하나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2014년 3월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러고 보니 벌써 10주년이 되어간다) 우리 가족이 5월에 한 것은 누나와 매형의 집에 같이 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둘째 딸이 태어나기 직전에 내가 그 책을 읽고 마음을 굳게 먹은 거였는데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아파트 사무실에서 통보하기를 1-bedroom 에선 3명까지만 거주할 수 있다고 해서 고민고민하다가 누나와 매형에게 당분간만 그 집에서 살아도 되겠냐고 말을 꺼냈다. 거주비용이 한달에 $500 이상이 줄어들면서 슬슬 빚을 갚는게 가능해졌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나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교회 영상실에서 카메라맨으로 봉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영상실 간사님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물론 그 당시는 봉사를 쉰지 몇년이 지난 시접이었다) 매주 예배때 필요한 자막을 준비하고 주일 예배때 자막을 컨트롤 하는 파트타임 자리가 생겨서 주말에는 교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2014년 7월에 교회 일을 시작했으니까 그것도 곧 10년이 된다. 어떻게 보면 교회에서 10년을 파트타임으로 일한 만큼 우리가 돈을 모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두가지의 결정이 초반에 큰 디딤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두가지이다. 우선 첫째는 이것들이 크고 과감한 결정이었고 그만큼 큰 희생이 따랐다는 것이다. 난 지난 10년동안 일요일에도 일하는 삶을 살아야 했고, 한 주도 빠지기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지난 10년동안 교회를 가지 못했던 일요일이 5번정도밖에 안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빠듯한 상황이라 해도 "주말에도 일하세요"라고 조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우리 가족한테는 큰 기회였고 축복이었음이 틀림없다. 두번째는 운이 따라줬다는 것이다. 나한테는 가까운 누나가 있었고, 누나네 부부는 매형의 부모님이 사시던 방이 여럿 있는 큰 집에서 살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이 살자고 제안을 하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교회 일도 때마침 그 일을 하고 있던 친구가 다른 교회로 옮기게 되면서 자리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광고를 한 것이 아닌데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교회 사역자였기 때문에 그 상황을 알고 나한테 알려준 것이었다. 물론 "운이 따라줘야 부자가 된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불운만 겹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사람마다 다 상황이 다르고, 어디에서 어떤 기회와 운이 다가오는지는 다 개개인마다 다른 유형일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우리 가족의 삶은 순조롭지 않았다. 여러번의 위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는데 그 때마다 위기를 피하기 위해 찾았던 대안들이 뒤돌아보면 다 축복이었고 나름 현명한 선택들이었다. 2014년 5월에 누나네 집으로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지난 10년동안 6번의 이사를 했고, 나는 직장을 4번 바꾸게 되었다. 누나네와 같이 산 것은 2016년 12월까지였고, 2019년말에 지금 있는 회사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나의 월급은 꾸준히 터무니없게 낮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돈을 모으고 늘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2014년부터 2019년 말까지 첫 5년동안 모으며 불려왔던 돈이 액수로 보면 그 후 5년동안 모은것보단 터무니 없이 적지만 사실은 그 첫 5년의 성과가 더 기적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받고 있는 월급으로는 매달 꾸준히 모으는게 그리 힘든건 아닌데 이 전에는 한국 회계사 사무실에서 $40,000 도 안되는 연봉을 받으면서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2015년 7월부터 2년 반 정도 혼자서 videography 비즈니스(프리랜스에 더 가깝다고 볼수 있다)를 하다가 한국 회계사 사무실에 들어간 것은 2018년 2월이었는데 완전히 entry-level 로 들어갔기 때문에 처음 나에게 주어진 일은 택스리턴 (세금보고서) 카피하는 일(복사기 앞에서 서서)과 점심 픽업하는 일이었다. 그냥 적당히 일하면서 집에 와서 돈이 얼마나 모였나 계산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아직도 빠듯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 회사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걸 뻐져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 CPA 시험준비를 시작했고 들어간지 1년을 넘기고 나선 열심히 다른 곳을 알아보고 레쥬메를 넣기 시작했다. 주말이나 밤에 일하는 추가 소득도 좋고 여러가지 지혜로운 결정들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 계속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고, 더 좋은 회사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되면 계속해서 수십번이라도 문을 두드리는 것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PwC)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돌아보면 기적같지만, 꾸준히 그렇게 열심히 미국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시도했을테니까 언젠가는 찾아올 기회였을거라고 믿는다. 회사에 들어간 것은 내가 마흔이 되기 몇달 전이었는데 "experienced associate" 포지션이었고, 다른 말로 해서 2년차 accountant 니까 평범하게 4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거기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23살 남짓의 젊은 친구들과 같은 레벨인 것이었다. 일하는데 있어서 나이가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남들은 그냥 적당히 모으기를 40년정도 하면 왠만해선 아무 문제없는 은퇴를 할 수 있는데 나에게는 20년 약간 넘게 남겨진 셈이 되기 때문에 그냥 캐주얼하게 설렁설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계속 있다. 게다가 나는 회사다니는 것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에 남들처럼 65세에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50대 후반에 은퇴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다. 미국사회에서 보면 그냥 적당히 버는 회계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만에 financial freedom 을 이뤄서 은퇴를 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물론 와이프도 같이 벌고 있는 걸 빼 놓을 순 없지만), 대학교 졸업하기 전부터 재정관리에 눈이 뜨이게 된다면 40대 후반에 은퇴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적어도 내가 있는 미국에서는 말이다. 


돈을 관리하고, 모으고, 투자하는 방법이나 마인드셋에 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시 커피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밖에서 사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요즘은 일주일에 3-4번 사무실에 나가는데 우리 회사 건물 컴플렉스 안에 있는 커피숍에 내가 정말 즐겨 마시는 커피가 있는데 $7이다. 연봉이 six-figure ("여섯자리 숫자" 한국식으로 얘기하자면 "억대연봉")를 벌게 된지도 꽤 됐지만, 아직도 $7은 너무 부담이 되서 내 돈주고 사 마시는건 일주일에 한번이상 안하려고 하고 있다. 내 매달 개인지출 버젯이 $200 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는데 오전에 커피 한잔, 오후에 커피 한잔 이렇게 마시지 않으면 (특히 점심 먹고 난 후) 몰려오는 졸음을 감당하기 힘들다. Nespresso 캡슐 커피머신을 선물로 받았는데 캡슐이 하나에 $1 꼴이다. 그리고 맥심 모카 커피믹스도 한 상자씩 사 놓고 집에서 일하는 경우엔 오전에 커피믹스, 오후에 Nespresso 캡슐커피 이렇게 마시고 있다. 커피 사 마신다고 우리 가족의 미래가 휘청거리지는 않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지출이라도 그 지출하는 습관에서 나의 value (가치관)의 냄새가 풍겨나올 수 밖에 없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이전 06화 생각의 틀 바꾸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