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구하는회계사 Apr 04. 2024

목돈 아끼기

집과 차에 들어가는 지출

$7짜리 라떼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결국 큰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푼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고 큰 기회나 결정들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푼돈이 아닌 목돈을 아끼고 모으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눌 내용은 미국의 시세와 시스템에 관한 것일 텐데, 한국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1) Housing: 집

각 가정에서 매달 가장 큰 지출은 집에 관련되어 있다고 가정해도 무난할 것이다. 한 달도 빠짐없이 나가고, 거의 일정하게 나가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크게 아낄 수도 없는 게 집 관련 지출(mortgage or rent)이다. 집을 찾을 때의 결정으로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어떤 주, 어떤 도시냐에 따라 크게 housing expense 가 달라질 수 있는데, 살아오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돈을 아낄 수 있다 하더라고 다른 잃는 것이 많을 수 있기에 그것이 현명한 결정인지 아닌지는 당사자에게 조차도 뚜렷한 답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젊은 자녀들이 있는 경우엔 더 복잡해진다. 비교적 비싼 동네에 가서 살게 되면 비교적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가정교육에 관심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집값이 싼 지역으로 간다면 경제적으로 빠듯하고 따라서 가정교육보다는 매달 "make ends meet"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의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동네만을 보고 다 싸잡아 일반화시키려는 건 아니고, "확률"과 "평균"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의 가정의 자녀들이 소위 말하는 “불량” 아이들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은 환경이나 친구들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고 집안에서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있다고 믿지만 그 조차도 흑과 백처럼 선으로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Parenting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우선 이곳은 personal finance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니 더 깊이 파고들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자녀들이 어울릴 다른 집 자녀들을 생각하기 전에 내 가정은 어떤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비싼 동네에 살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데 자녀들의 환경을 위한다는 이유로 무리한 선택을 했다면? 본인들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부모, 자녀들의 학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부모, 매달 재정이 빠듯해 항상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부모가 되고 있는 것이면 어떻게 하나. 동네에 어울리는 life style을 유지하는데 모든 에너지가 동원되어서 오히려 자녀들의 교육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사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동네를 정했다면 집의 컨디션이나 크기에 따라서 지출의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고 큰 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녀들이 한 명당 방 하나씩을 쓸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두 명이서 방 하나를 나눠 쓰지 못할 이유가 없고, 세 명이서 방하나를 나눠 쓰지 못할 이유도 없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힘들 순 있겠지만) 세 명이서 한 방을 쓰면 불편하기도 하고 서로 싸울 일도 조금은 더 생기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좋은 점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집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셋 다 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렌트를 하는 중이라면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구입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의 down payment 만을 마련하면 집을 구입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참고 down payment (종잣돈이라고 볼 수 있다)를 20-30% 까지 마련한다면 융자를 하는 액수가 확실하게 줄어들어서 집 payment 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요즘같이 이자율이 높은 시기에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 융자 금액과 기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30% down 하고 15년 융자로 살 수 있는 집을 찾은 것을 추천한다. 10-20%를 down 하고 30년 융자를 받는 것이 보통인데, 15년 융자를 하면 이자로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든다.


2) Auto: 자동차

집의 경우엔 삶의 환경, 질, 하루하루의 리듬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영역이라면, 자동차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집보다 훨씬 적게 나가는 지출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자동차에 관련된 선택이다. 자동차의 궁극적인 목적은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저 단순히 교통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 있어 차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성공의 척도 역할을 맡기도 한다. 차를 통해서 우월감을 얻으려고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차로 자신의 identity를 만드려고 하는 거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나는 Porsche 타는 사람이야. 감히 나를 뭘로 보고."라든지 아니면 "나더러 Hyundai Accent를 타라고? 내가 그 차랑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겉으로 그 말을 내뱉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비슷한 생각이 은근히 새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돈을 모아서 현금 일시불로 6-8년 정도 된 중고차를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4-5년 정도 타면서 또 다음 차를 살 돈을 천천히 모은다. 차에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겠지만 차 수리비가 차의 밸류에 비해서 볼 때 너무 높아지는 시기가 오면 또 다음 중고차를 사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선 mortgage를 제외한 모든 빚은 피한다라는 나의 원칙에서 시작된 것이다. 차는 처음 팔렸을 시점부터 폐차를 해야 되는 시점까지를 생각했을 때 초반에 밸류가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5-6년이 지나고 나서부턴 그 떨어지는 속도가 많이 줄게 된다.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차를 유지한다면 한 달에 $100 정도만을 내고 소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매번 차를 바꿀 때마다 새 차를 사서 6-7년 정도 타고 또 다른 새 차를 사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에 비교했을 때와 차이가 엄청나고, 네다섯 번만이라도 이 방법을 반복한다면 은퇴자금에 $100,000-200,000 정도가 더 있을 수 있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결심한 것은 2014년이었고, 2016년 9월에 2005년형 Honda Odyssey를 $8,500에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천이 시작되었다. 2019년 8월에 그 차를 팔고 2011년형 Toyota Sienna로 업그레이드했는데 그건 $11,500에 구입했고, 2024년 4월 현재 거의 5년째 무리 없이 잘 타고 다니고 있다. 그 사이에 있었던 큰 inflation과 중고차 가격 상승이 큰 작용을 하긴 했지만, 현재 시세를 알아보니 이 차를 지금 팔면 $9,000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나온다. 중간중간 수리비를 쓰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 달에 $150 이 안되게 쓴 셈이다. 지난달에는 우리가 14년 이상을 타 오던 (결혼하기 몇 개월 전 아내가 새로 구입했던) VW Golf를 바꾸게 되었다. 200,000 마일까지 타고 싶었지만, 198,000을 넘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7-8년 정도 된 Honda Civic / Accord 나 Toyota Corolla / Camry 등을 중점적으로 찾고 있었는데 확실히 일본차는 중고차 가격이 너무 높았고, 중고차 가격이 현저히 낮은 독일차를 알아보다가 9년 된 Audi Q5를 $11,000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차는 9년 전 새 차였을 때의 가격의 4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가격이고, 내가 만약 5-6년을 더 타는 사이에 큰 고장이 없고 $5,000 정도에 다시 팔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차도 한 달에 $100-15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5-6년 사이에 자동차 용으로 따로 모으고 있는 어카운트에 다시 $7,000-8,000 정도를 모은다면 그때 가서 또 8-9년 된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현대 소비자에게 있어서 아주 weak spot이다. 기업들의 마케팅을 주제로 얘기할 때 더 깊이 이야기하겠지만, 위에서 말한 현대인의 심리로 자동차 회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주제와 연결이 된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가, 나와 내 가정의 재정적 안정이 중요한가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산수로 봤을 때는 쉽게 동의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실제로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15-20년 살아가는 것은 꽤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두 달 가까이 글을 연재하지 못했던 건 매년 2-3월은 tax accountant에게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전 08화 주식으로 대박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