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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파파 Oct 28. 2020

나는 훈련사다

개와 살기로 했다

내겐 진돗개와 골든리트리버 사이에서 태어난 반려견이 있다.

이름은 제제, 16년 7월생으로 올해 4살이 되었다.

첫 반려견인 만큼 많은 것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그렇게 독학을 했고, 제제를 본 모든 사람들이 '개가 너무 착하다'며 칭찬했다.

가끔 '어떻게 이렇게 잘 키웠냐'면서 내 칭찬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내 노력들이 인정받는 거 같아 뿌듯했다.


사실 개가 착한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의 손을 타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에 따라서 같은 개라도 다른 성격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유전적인 공격성으로 인해 성견이 되어서 문제행동이 심각한 경우는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서, 모든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만을 위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어휴, 제가 어떻게 그런 거 까지 공부해요.'

이런 말을 하시거나,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당신은 개를 키우실 자격이 없습니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본인의 반려견만을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아주 다양한 견종도, 성격도 아니고 오직 자신과 생활하는 반려견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많이 힘들까?

내 생각에는 힘들고 귀찮은 게 가장 큰 원인인 거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문화에는 열정적으로 파고들면서, 자신과 생활하는 반려견은 그런 열정으로 파고들지 못할까?

이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훈련소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보호자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것저것 해보시다 지쳐서 오신 분들, 단순 훈련 목적으로 오신 분들, 시간보다 돈을 써서 교육을 하시고 싶으신 분들 등.

무엇이 됐건 본인이 하기 힘든 부분을 전문가에게 도움받으려 하는 노력에 대해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보호자가 직접 공부하고 교육한다면 최고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반려견에게 신경을 쓴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훈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위탁교육과 방문 훈련.

방문 훈련  가장 큰 단점은 전문가가 조언을 하는 단계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마저도 보호자가 직접 교육하지 않는다면 계속 1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보호자라면 방문교육을 통해 본인만의 반려견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위탁교육은 보호자가 주에 1회 정도 방문해 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을 소모할 수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위탁교육이 끝난 후, 보호자가 변하지 않는다면 반려견은 다시 문제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반려견은 보호자의 습관과 생활패턴으로 정서, 교감을 쌓으며 문제견이 될 수도, 가장 바람직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모든 교육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본인과 반려견의 성향에 맞는 훈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감히 확신할 수 있는 건 반려견은 둘째 치고, 모든 보호자는 전문가에 준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제와 4년의 시간을 보낸 후, 스스로 훈련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호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반려견을 방치하고, 통제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짜증이 나서였다.

분명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며, 내 반려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최대한 통제를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니라면 도시가 아닌 전원생활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현대사회에서는 직업을 갖기 위해 도심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그 말은 교통, 사람, 상가 등 조심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 보호자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도 강아지를 부른다거나 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이  행위는 산책하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시간을 침해하는 행동이 맞다.

요즘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어느 정도 수준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고 본다.


훈련사를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드리자면,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개를 좋아한다'는 개를 위한 관리, 개를 위한 청소, 개를 위한 모든 행동들을 말한다.

바닥이 평평하지 못하면 삽으로 다져줘야 하고, 개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고, 견사 청소, 훈련 도구 관리 등 훈련을 위해 해야 할 준비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은 개의 배변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변으로 볼 수 있는 건강상태를 무시할 수 없기에 매일 체크해줘야 한다.

훈련사란 직업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고, 개들과 즐거운 생활만을 보낼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잡부와 다름이 없다.

심지어 교육비를 제외한 월급을 받기에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지 못한다면 계속 박봉이다.

일은 힘들고 실력은 안 느는데 버는 돈이 적다 보니 얼마 못 버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훈련사라는 직업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버리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런 생활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해낼 생각이다.

겉멋만 들고 기본기 없는 자칭 훈련사들이 무분별하게 판을 치고 있는 시대이지만, 후에 내 노력이 들어간 사업을 위해서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오직 행복한 반려견 문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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