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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Dec 23. 2021

플랫폼

21세기 현재 많은 사람들은 예전처럼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찍 퇴근하지도 않고 뉴스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곳으로 몰리지도 않는다. 경제면 기사에는 일반 TV 패널 사업이 사양사업이고 고부가 가치의 패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는 방송국에서 데스크의 입맛대로 하는 채널편성에 대한 채널 선택권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자기 전 침대에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지난 방송을 보고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플랫폼을 찾아 그 안에서 나오는 정보를 들여다본다.

시대의 흐름은 고전적인 박물관에도 찾아왔다.

박물관에 입사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기획서를 작성하였다. 가장 좋은 홍보 방법은 젊은 층 위주로 흘러가는 SNS 플랫폼의 추이를 연구하여 박물관의 콘텐츠를 어떻게 녹일까 이다.

먼저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관련 직원을 뽑기를 희망하여 기획서를 작성하고 사례중심과 왜 현시대에 필요한지를 담은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하였다.

'좋은 방법이고 괜찮은 방법이다'라고 칭찬은 받았지만 박물관 초기에 전시 집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듯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레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동영상 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요즘 새로운 시대의 친구들은 플랫폼 접근성이나 기기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에 가까운 눈으로 쉽게 쉽게 접근을 했다.

결국은 박물관은 젊은 세대에 의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그 안에 콘텐츠를 담았다.

먼저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강좌를 교수님들의 허락을 받고 촬영하여 편집해서 올렸다. 매번 이루어지는 교육도 재미있게 구성을 하고 휴관일 때 박물관의 일상을 담기도 했다.

매 전시마다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스케치하고 전시에 대한 설치, 진행사항을 학예사를 중심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구독자도 빠른 시간 안에 늘기 시작했다.


요즘은 러시아 이콘에 대한 영상을 찍는다.

학예사들이 원고를 작성하고 영상팀에서 회의를 거친 후 촬영이 시작됐다.

박물관 내방객들도 지나가다 서서 학예사들의 멘트를 들어보고 작품을 이해하기도 했다.

난 구석에 서서 몰래 스케치했다.

난 우리 박물관의 친구들이 좋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도전하고 즐겁게 일을 해서 재미있는 영상들(솔직히 편집도 영상 촬영도 잘한다)을 만드는 도전하는 친구들이 좋다.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종로에서 살다가 서소문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평생을 청년으로 살았다.

그리고 이 달 말일에 이곳을 떠난다.

 

우리 본부장이 정년을 하신다.

나랑 무쟈게 싸우고 무쟈게 서로 괴롭히고 무쟈게 답답해하고…

박물관 개관하고 쉬지를 않았다. 월요일 휴관일에도 가끔 나왔다. 난 그게 못 마땅했다. 윗사람이 안 쉬니 같이 일하는 다른 친구들이 눈치를 봤다. 난 다 챙겨서 쉬었다. 일부러 더... 나를 보고 눈치 보지 말고 쉬라고...

회사에서 급한일이 생겨서 택시를 우리는 탔다. 그는 대중교통으로 갔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서류에 집착했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고집도 정말 쎘다. 난 매일 고집에 의해 완패했다.

하지만 그의 답답한 행동은 박물관에 조직이라는 것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그만큼 강단 있고 청렴한 상사는 여태껏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하면서 처음 보았다. 

난 그를 존경했다. 


나의 술안주였던 본부장이 떠난다.

내가 그의 방에 가서 마스크를 벗어보라 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그렸다.

보여달라는 그의 성화를 다 듣고도 안보여주고 나왔다.

 

난 그의 흰머리와 주름살을 그리지 않았다.

청년 본부장을 그렸다.

내가 생각하는 그는 청년 ㅇㅇ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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