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샤브샤브 국물도 놀이거리?

by B디자이너 지미박

어제 아이들과 저녁을 먹을 때였다.


샤브샤브 식당이었고 첫째 아이의 다음 훈련 일정이 있어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다.


항상 밥을 깨짝깨짝 먹고 편식이 심한 초딩 둘째(1학년) 녀석 때문에 아내와 나는 “밥 좀 많이 먹자”를 늘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어제는 초반 열심히 먹긴 했지만 역시나 점점 페이스가 느려지는 둘째를 보면서 “얼른 빨리 먹자. 많이 좀 먹자”를 계속 연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식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둘째가 자기 앞에 놓인 앞접시에 남은 음식에서 뭔가를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역시나 밥을 열심히 먹지 않는 모습에 슬슬 또 화가 나기 시작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잔소리 시작하려는 순간,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둘째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보다가 물어봤다.


“그런데 뭐 하는 거니?”


“응, 아빠, 이거 엄청 신기해. 국물 위에 기름 망울이 있는데, 젓가락으로 조금씩 건드려서 움직이면 합쳐지고, 이렇게 나눌 수도 있고.. (중략) 되게 재밌어”


쫑알쫑알 설명이 굉장히 길더라.



그때 깨달았다.


둘째는 ‘놀이를 하고 있던 것이구나’를 말이다.



어른인 나는 어서 빨리 밥을 가능한 많이 먹고 시간에 맞춰 이동할 생각만 머릿속에 그득했는데,


아이에게 식사는 영향분을 섭취하는 행동을 넘어 그 순간에도 놀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꼭 로보트, 레고 등 만이 장난감이 될 필요는 없다.


일상 속 많은 것들이 유심히 들여다보면 신기한 것 투성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도 ‘놀이’라는 것을


어른이 된 나는 잊고 사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할 일과 일정에 치여서 눈앞에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고,


세상 모든 게 장난감으로 보이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또 하나 배운다.


고맙다 아들.

그리고 너무 다그쳐서 미안해.


그래도 밥은 좀 더 먹자

이게 부모 마음이란다.



+ 글로 남겨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아이가 끼적거리며 놀던 샤브샤브 국물과 음식을 사진으로 찍기엔 비주얼이 좀 그래서.. 차마 못 찍었고, 대신 AI한테 부탁한 이미지로 대신하며 마무리합니다.


너무 보글보글하는 느낌이긴 함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굿바이 티웨이, 헬로우 트리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