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에도 잃지 않는 남편 알렉세이의 품위

안나 카레니나 절반쯤 읽고

by B디자이너 지미박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다.


아니 그냥 읽고 있다기보단 느리지만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말로만 듣고 그저 대문호 톨스토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왜 그런 칭호를 듣는지 부끄럽지만 이제야 이해가 된다.


깊고 방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묘사가 어떻게 한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에서 나왔는지 볼수록 놀랍다.


그나저나 보고 있는 게 1,2부로 두 권으로 되어있는 민음사 버전인데, 현재 읽고 있는 부분이 아직 2부 초반이니 절반가량 본 거다. 길긴 길다.


그래서 전체 후기가 아닌 중반부에 느낀 인상적인 한 인물과 상황에 대해 언급해 보려 한다.


바로 안나 카레니나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이름들이 참 외우기 어럽다. 나이 들수록 사람 이름, 가게 이름 기억하기가 점점 어렵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안나와 알렉세이가 승마 경주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부분이었다.


예전 영화 중 한 장면인 것 같은데 알렉세이로 추정(?) 된다. 안나가 귀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해서 귀만 보게 되네.


심증도 있고 사실상 주변 모두가 아내 안나 카레니나의 외도 사실을 알았지만, 그는 그동은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사실 외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승마 경주 대회에서 다친 브론스키 (아내의 불륜남) 때문에 격앙된 아내를 보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안나와 마차 안에 있을 때 참고 참았던 속 마음을 터트렸다. (터트렸다기보단 특유의 차분한 모습은 유지한 채)


아래부터는 그들의 대화를 직접 옮겨 본다.


"어쩌면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소."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날 용서해 주길 바라오."


안나의 대답은 싸늘했다.


"아뇨, 당신은 착각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그의 차가운 얼굴을 절망적으로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착각한 게 아니에요. 난 절망했어요. 아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원래 안나의 대사가 계속 이어지는데, 필자는 여기서 한번 끊고 넘어가련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문장에 밑줄을 그었기 때문이다)


"난 당신의 말을 들으며 그를 생각했어요. 난 그를 사랑해요. 난 그의 연인이에요. 난 당신을 견딜 수 없어요. 당신이 무서워요. 난 당신을 증오해요········, 그러니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녀는 마차 구석에 몸을 던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정면에 고정시켰다. 하지만 그의 얼굴 전체는 갑자기 죽은 자처럼 장엄한 빛을 띠며 굳어져 버렸고, 별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별장에 도착하자, 그는 똑같은 표정을 띤 채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군! 하지만 그때까지는 체면이라는 외면적인 조건을 지켜 주기 바라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명예를 지킬 방법을 찾아 그것을 당신에게 알릴 때까지 말이오."


그는 먼저 마차에서 내려 그녀를 내려 주었다. 그는 하인들이 보는 앞에서 말없이 그녀의 손을 꽉 잡고는 마차에 올라 페테르부르크로 떠나 버렸다.



그가 말하는 체면은 물론 그를 위한 것일 테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상황에서 그리도 침착하고 점잖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이는 스무 살 차이가 나지만 8년가량 된 결혼 생활과 든든한 아들도 있는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빠져 돌변했다.


어찌 그리 침착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내가 알렉세이라면 나는 아무리 내 체면을 우선시한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특히 요즘 같은 시대의 눈으로 보면 더더욱 말이다.


마치 나에게는 그저 체념했다기 보다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의 외도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으로까지 느껴졌다.


아직 읽지 못한 후반부에 알렉세이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한편으로 내가 높이산 그 침착한 모습은 온 대 간 대 없이 돌변할지도 모른다. (설마?)


하지만 최소한 마차 안에서 격앙된 안나를 대했던 그의 침착함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안나, 브론스키. 레빈, 카레닌 등 주연 배우들에 가려 묘사가 많이 되진 않지만 분명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 2부까지 모두 감상을 마치고 나면 다음은 레빈에 대해서



‘25.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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