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내는 ‘시간의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

by B디자이너 지미박

매월 한 번씩 둘째 아이 어린이집 졸업반 가족들과 모임이 있다.


아이들은 숲체험 후 대여한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놀고, 부모들은 티타임을 갖는다. 키즈카페에 가서는 음식을 시켜 먹고 뛰어놀기 바쁜 아이들을 불러 세워서 저녁을 챙겨주기 바쁘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저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풍경.


원래는 엄마들 모임이었는데 운동으로 바쁜 첫째 아이를 엄마가 챙겨야 해서, 몇 달 전부터 아빠인 내가 나가고 있다.


처음엔 주로 엄마들만 있는 자리에 아빠는 한두 명 정도뿐이라 참 어색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 대여섯 번 참석한 것 같고 모두들 얼굴도 성향도 익숙해지니 충분히 편하다. 물론 모두들 인품도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직장 어린이집 출신이러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아이들이 숲체험에 간 두 시간 동안 카페에서 티타임, 그리고 키즈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기본 두 시간. 이동까지 포함하면 도합 약 5시간 동안 내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점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한번은 마침 공부해야 할 것도 있고 해서 첫 두 시간은 도서관에 갔다 온 적도 있었다.


어제도 모임에 참석하기 전이었다.


아내가 부담스러우면 다른 엄마들한테 양해 구하고 볼 일 보고 오라고 했다. 난 부담스럽진 않은데, 4~5시간이 조금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하는 말.


"그건 좀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


'음 그런가? 내가 내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시간으로 쓰고 싶을 뿐인데 이기적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내의 한 마디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문득 내가 너무 내 시간을 잘잘하게 쪼개서 꼭 나에게 발전적인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소 하루 1~2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들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안에 독서는 물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운동도 하고, 가능한 하루 1만보 가량 걸어야 한다.


하루에 할 게 많다. 아니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숲체험, 키즈카페에서 노는 동안의 4~5시간을 다른 아이 부모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을 때, 이번만큼은 그런 생각을 버리고 그 시간들을 더욱 즐기고 내가 얻는 게 분명 있을 거라고 좀 더 편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매월 그랬듯이 아이들을 숲체험에 보내고 부모들과 함께 하는 티타임 시간.


여러 가지 오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아, 저 부모님은 아이에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육아에서 힘든 점이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구나', '저 ㅇㅇ엄마는 좀 지쳐있는 거 같은데 좀 더 휴식을 취하거나 남편이 같이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 대화들이 오갔고, 곱씹어 보면 그 무엇 하나 나에게 불필요한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고충과 고민에는 공통분모가 많구나를 느끼게 된다.


당장의 해결책이나 솔루션이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해결과 치유의 과정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무의미하다고 느낀 시간도 내 생각이 만들어 낸 것이고,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게 된 것도 결국 나의 생각으로 형성된 것을 보면 (실제로도 그렇고),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정답에 가깝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하지만 그걸 깨닫게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어제 하루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즐거운 시간에도 감사한다.


게다가 아직! 행복한 주말 일요일이 하루나 있는 점에도 감사한다.


+ 어제 모임 사진은 없어서 다른 키카에서 신나게 노는 둘째 모습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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