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을 안 먹기 시작한 지 약 2년쯤 됐다.
왠지 나이 들고 나서부턴 삼시 세끼 먹는 것만으로도 살이 찌는 것 같고 (중간중간 뭘 주워 먹으니까 그런 건 아니고?)
항상 속도 더부룩하고 비워져있는 적이 없는 것 같아 시작한 ‘간헐적 단식’.
아침을 안 먹고 12시쯤 점심 식사를 하고 이후 저녁은 가급적 8시 안에 먹으려 한다. 그렇게 하면 8시간 동안 두 끼를 먹게 되고 나머지 16시간은 음식물 섭취가 제한된다.
사실 한두 시간 정도 지키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살이 막 빠지고 그런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꾸준히 매일 운동도 병행한 덕분일 거다.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금요일 어제 회사에서 아침을 먹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비슷한 시간대 출근을 하고 루틴대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었고 그다음은 하루의 논평 글을 써야 했다.
그런데 같은 팀 동료가 일찍 출근했다. 아침 8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동료가 같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게다가 구내식당도 아니고 근처에 있는 유명한 북엇국 집으로 가보자는 것이었다. (참고로 아침식사를 제안한 동료는 대단한 미식가다. 맛있는 음식에 진심인 친구)
난 평소 아침을 안 먹는다고 설명하긴 했는데 왠지 사양하면 다시는 이 시간에 북엇국 식당에 가서 식사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매일 꾸준히 지키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누리는 것도 나만의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락했다. 물론 그다음 아침 루틴 완성이 조금 미뤄지고 늦어지겠지만.. 또 그러면 어떠랴.
그렇게 따뜻한 회사를 뒤로 하규 쌀쌀한 바깥으로 다시 나왔다. 아침 출근길 회사 방향으로 오는 사람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니 기분이 묘하다.
그렇게 무교동에 위치한 북어국집에 도착했다.
아침 7시부터 운영한다는데 사람이 꽉 차있다.
게다가 포장 주문도 많고, 대여섯 명씩 줄도 서있다.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아침부터 이렇게 인산인해일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특히 나이 지긋하신 일본 분들이 유독 많다고 느껴졌다.
주문한 북엇국이 나왔다.
국물을 한 입 넣은 순간, 따뜻한 온기와 깊은 정성이 맛의 형식을 빌려 몸 속 안에 들어온다.
와... 하는 짧은 감탄이 나온다. (술 먹고 다음날 해장하는 ‘캬’ 아님)
남자 두 명이 각 한 그릇씩 먹는 아침은 뚝딱이다.
속이 든든하고 깊은 맛의 북엇국이 왠지 일주일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토닥거려 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더 수고해야 해‘ 덧붙이는 걸 잊지 않고 말이다.
그렇개 사무실로 터덜터덜 다시 출근하는 기분으로 돌아오고 K-직장인으로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 평소와는 조금 색다른 기분이다. 그리고 가끔 이런 일탈(?)도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탈을 선물해 준 동료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물론 평소 루틴을 고려하면 역시 당분간 아침 식사는 안할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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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아침 한번 먹을 걸 갖고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고 치부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종종, 가끔도 아니고 특히 회사에서 2년 만에 먹은 아침은 필자에게는 확실히 치팅데이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