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목요일 퇴근길 올해 첫눈이 내렸다.
하늘은 첫눈이라는 수식은 너무 감성적이라고 느꼈을까. 2025년 겨울 첫눈이 아주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도록 정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첫눈이 폭설이라..
필자도 귀가길이 험난했다.
인사동에서 저녁 모임이 있어 10시쯤 나왔을 땐 도보가 모두 빙판길이었고, 11시쯤 고척에서 아이스하키 훈련을 마친 딸아이를 픽업해서 귀가하는데 도로에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간다.
성남시는 제설이 거의 되어 있질 않아서 아내는 분통을 터트린다. 결국 서현 부근에서 집까지 가는 도로는 거의 주차장 수준.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반 가량되었다.
운동을 한 딸아이는 항상 샤워를 해야 하다 보니 모두 잠자리에 든 시각은 거의 2시가 넘었다.
다음날 아침 정상적으로 출근할 자신도 없고, 곳곳이 눈 덮인 도로에서 버스가 정상 운영될 확률도 높지 않기에 오전 반차를 냈다.
사랑해요 반차.
그렇게 맞은 여유로운 아침.
오전 반차를 낸 덕분에 아이 아침 등교를 아내 대신 시켜준다.
그렇게 맞이한 눈 쌓인 아침 풍경.
초등학생 1학년인 둘째 아이는 엄청나게 신이 나있다. 하얀 세상이 너무나 예쁘고 행복한 모양이다.
눈 밟는 소리가 ASMR 같이 예쁘고 크게 들리는지 잠시 조용히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눈 밟는 소리를 즐기면서 걸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에 너무나 신난 아이.
그렇지만 어른인 나는 또다시 첫째 아이 훈련으로 이동 중인 아내는 괜찮을까, 이따가 출근길 버스는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 등등 걱정만 앞선다.
눈이 내리면 좋아하는 아이.
눈이 내리면 걱정부터 앞서는 어른.
뭔가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갈림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이 펑펑 오면,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고 설레는 마음만 갖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게 가능하긴 할까. 이제는 불가능한 것 아닐까.
매년 뻔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긴 하지만,
올해 폭설로 신고식을 치른 첫눈은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 순간인 것 같다.
최소한 우리 아이들은 눈이 오면 마냥 신나는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게 해주고 싶다.
그게 모든 부모 마음일지도.
+금요일 밤 어제도 귀가하는 길 운전해 보니 도로 곳곳에 블랙아이스가 많더라. 모두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행복한 주말 시작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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