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노년은 아닌 게 확실하니 중년인가 보다
채용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살펴봤다. 해보고 싶거나,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나,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공고를 클릭했다. 일자리에 대한 설명과 각종 복지혜택, 추구하는 인재상 등이 꼼꼼히 나오고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이 일자리에 내가 지원을 하게 된다면 어떤 점을 어필하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내린다.
그리고 마지막 [기타 정보] 혹은 [비고] 란에 '고용노동부의 미래 청년인재육성 사업에 지원을 통해 선발합니다. 채용일 현재 청년(만 15세-34세 이하)만 지원 가능'이라고 덧붙여져 있다.
"아. 이 중요한 기준이 어찌 [기타'정보] 혹은 [비고]란 말인가."라는 탄식을 뒤로하고, 우선 청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사업들 중에는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원제도가 무척 많다. 그리고 그 기준이 크게 만 34세, 혹은 39세까지이다. 2021년 기준 만 34세는 지났고 만 39세는 안된 나는 '아 이번에는 청년이길!' 하며 바란 적도 많다.
감에만 의존하지 말고 조금 더 깊이 있게 알아보자. 청년 기본법에 따른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르면 15세 이상 29세 이하,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에 따르면 39세 이하이다. 주로 채용과 관련한 청년의 기준연령은 만 15세 이상 만 34세 이하다. 2021 서울 청년 월세 지원사업의 청년 기준은 만 19세~39세, 그런데 청년실업률(ILO 기준)을 산정할 때는 15세~24세를 조사한다고 한다. 그만 알아보기로 하자.
이토록이나 들쑥날쑥한 '청년'이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청년이 아니다. 청년이 아닌 나는 청년을 채용하는 자리에는 지원하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는 게 참 좋았다. 3n년 동안의 생각들과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항상 내일의 내가, 다음 주의 내가 기대된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져있을 내가 내일 살고 있을 테니까(힘내라 내일의 나!).
하지만 나이 제한으로 인해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보면 '으아, 나이를 너무 빨리 많이 먹었네?'라고 하며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음은 한창인데"를 말씀하시는 이유가 공감이 가기도 한다.
청년으로 규정된 이들의 혜택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종 제도에서 소외되는 당사자로서 마음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어떤 제도에도 기대지 않고 나는 오롯이 내 힘으로 어떤 회사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이어가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오늘의 나보다 제도의 기준 나이에서 하루치 더 멀어져 있을 내일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 오롯한 내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