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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머리유교걸 Oct 04. 2021

모든 것이 되는 법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8월의 어느 밤. "노유님이 생각나서 보내요"라며 온 카톡에 뜬 사진은

웅진 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에밀리 와프닉 지음)' 표지가 찍혀있었다.


이 사진을 받기 며칠 전의 점심시간.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시켜만 주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던 파트장님이 보낸 사진이었다.


좌절감이 표현된 한 방식이었다.

어느 곳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를 지켜내는 주문 같은 말이었다.

"나는 뭐든 다 잘할 수 있는데 세상이 나를 몰라주네?"

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세상 탓(이라 쓰고 남 탓이라고 읽는 그것)'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눈물을 줄일 수 있었고,

두 주먹 불끈 쥔 채 드라마 주인공처럼 '두고 봐라 세상아!'를 외칠 수 있었다.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지금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내가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추상적인 미래의 나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날동안 나를 먹여 살려줄 구체적인 미래의 나를 찾는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평범한 땅에서 특별한 건물이 만들어지는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모임에는 참석을 해보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으며

세끼를 잘 챙겨 먹으려 노력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지치지 않게 그림을 그리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초공사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조금 오래 걸리면 어때, 부실공사를 막는 과정이었던 셈인 거지!


아.

지인들의 추천으로 6개월 전에 산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 책이라는 게, 구매하고 난 후에 책장에 꽂히고 약간 우리 집 적응기간(이것을 숙성기 혹은 발효기, ice breaking time 정도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을 거치고 읽게 되는데, 적응기간이 조금...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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