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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머리유교걸 Oct 14. 2021

경력단절여성도 아니랍니다.

경력이 단절된 것도 맞고 여성도 맞지만, 경력단절여성은 아닌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경력단절여성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의 제2조에는 '경력단절여성등'이란 「혼인ㆍ임신ㆍ출산ㆍ육아와 가족 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하였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으로 정의되어 있다.

나는 경제활동을 중단하였지만 돌봄 등을 이유로 중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청년도 아닌데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도 아니다.

"나는 정말 힘을 내야 한다!"




최근에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커리어에 진심인 여성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단녀가 아닌 나도 가능했다.

커리큘럼은 정해준 글 읽기, 강의 듣기, 특강 참여하기였다. 그러면 수료증이 발급되고 이력서 첨삭과 포트폴리오 작성 특강 등의 혜택이 생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려 무료였다. 정해진 대로만 잘해나가면 나도 우수한 퍼즐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나는 또 결국 중도포기를 하게 되었다. (계속 실패의 역사 같네)


포기한 첫번째 이유.

누구나 참여해도 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주 대상층이 경단녀였다.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돌봄이 필요했던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어떤 마음 이어야 할지, 돌봄 활동으로 인한 공백기를 입사지원서에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았다. 단지 그 유용함이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을 뿐...


포기한 두번째 이유.

약 8명의 강사(창업자)가 진행하는 총 16개 동영상 강의를 다 듣고, 특강 하나를 들었다. 우선, 동영상 강사 8명 중 7명이 남자, 1명이 여자였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우수한 정보전달을 하기에 적합한 강사가 남성이 많았을 수 있다. 우선 창업 자체가 남성이 더 높을 수도 있고...(이건 정확한 수치를 찾아보지 않아 자신은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대상이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성별을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스럽게도(?) 특강 강사는 여성분이었다.


포기한 세번째 이유.

2명의 여성 강사의 강의를 듣고 위에서 언급한 성별 구성에서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 "강의가 너무너무 좋아서 여성분들의 강의를 더 듣고 싶어요!"가 아니다.

한 여성 강사분은 생리용품 기업의 창업가였고, 다른 분은 친환경 색조화장품 기업의 창업가였다. 생리용품 기업의 창업가이신 분은 남편의 "생리대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라는 말에 생리대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고, 화장품 기업의 창업가분은 "딸이 엄마의 립스틱을 바르는 것을 보고" 친환경 화장품의 필요성을 생각했다고 했다.

우선, "여성 한정적인 제품"을 다루는 여성창업가라는 것이 아쉬웠다.

'여성에게 필요한 건 여성이 가장 잘 아니까.' 너무나 맞는 말이다. 다만, 여성이 할 수 있는 창업의 아이디어가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사로 쓰기에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창업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으로서 멋지게 일하는 여성의 강의를 들려주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다음으로 강사들이 그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하필 '남편'과 '자녀'였다. 물론, 남성 창업가들도 어머니나 배우자, 자녀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를 여기에도 붙일 수 있다. 여성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사들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 성별 구분 없이 강사들의 강의는 매우 훌륭했으며, 창업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무한 박수를 드린다. (내가 창업할 자신도 아이디어도 없기 때문에!)

그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그 회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청년도 아니고, 경력단절여성도 아닌데 세상에 불편한 것만 많은 나.

이 험한 세상을 둥글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물어보았다가

"좀 모나게 살면 어때. 어차피 내 인생인데."

라고 답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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