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좋은 문화의 힘
8년 동안 2번의 폐업과 5번의 퇴사를 겪은 스토리와
실패에서 배우고 성과를 냈던 경험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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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안고 입사했지만, 첫 달은 힘들었다.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B2B, B2C 세일즈 경험이 있었지만, 전문적이진 않았다. 스스로도 세일즈에 강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시키면 할 수 있다”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고, 철저한 세일즈맨이 되기로 했다.
좋은 동료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상담 녹음을 듣고, 셀프 피드백을 진행했다. 제품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내식대로 다시 정리했다. 새로운 자료를 찾기도 했다.
동료의 도움 덕에 좋은 성과를 냈다.
첫 달에 20% 의 판매 전환율(=구매고객/상담고객*100)은 3개월 차에 70%로 올랐다. 동료들은 도움과 피드백을 요청하면 성심성의껏 해 주었다.
세일즈 과정에서 고객에게 Why 를 묻기 시작했다.
처음의 나는 고객에게 왜 우리 제품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알고 있는 제품 지식, 정해진 멘트를 이야기하는데 급급했다. 문제점을 깨닫고는 고객이 왜 매장에 왔는지, 제품이 왜 필요한지 먼저 물었다. 뒤척임, 가격, 크기 등 저마다의 문제를 제품이 가진 장점 중 하나에 집중해 소구 했다.
세일즈에 집중하면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량도 함께 빛났다.
나는 온보딩 과정의 개선을 제안했다. 교육 전담 멘토를 두고 정해진 커리큘럼을 날짜 별로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막 퍼지기 시작한 노션(Notion)을 업무 툴로 활용했는데, 나는 모 커머스 회사 대표님의 노션 활용법 강의를 듣고 노션으로 온보딩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이후 신규 입사자의 첫 달 평균 구매 전환율은 평균 65%가 되었다.
팀원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작년 대비 5배 이상 성장을 이뤘고,
연 매출 100억을 가뿐히 넘길 수 있게 되었다.
6개월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며, S사에서 경험한 점을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미션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성원 모두 회사의 미션에 공감했다. 조금 과장해 종교적 믿음에 가까웠다. 영감과 믿음을 주는 미션, 동기부여를 주는 비전 덕분에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2. 좋은 태도를 가진 팀원
상대를 존중하고, 계속해서 배우려 했으며,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조직과 사람마다 좋음의 기준은 다를 순 있겠지만, 우리는 존중심, 학습욕, 적극성을 가진 동료들 덕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3. 유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당시 우리 제품은 좋았다. 직원들도 사비를 내고 살 정도로 좋았다. 고객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좋은 제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
4. 빠른 결단과 실행
우리는 70%의 미친 구매 전환율을 유지했음에도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새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점심 먹다 나온 생각을 오후에 실험할 정도로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했다.
5. 활발하고 솔직한 소통
우리는 끊임없이, 가급적이면 솔직하게 대화했다. 업무, 고객, 경쟁사, 사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이 때 생긴 심리적 안정감 덕분에 실패와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빠르게, 많이 할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일터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두 번의 실패도 “일을 잘 못해서, 일과 관련한 지식/판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은 문화 속에서 동료와의 긍정적 관계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100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200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만든다는 걸 배웠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했고,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검증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비판보다는 신뢰와 격려를 통해 성과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발굴해 나갔다. 가령 이런 실험들이 있었다.
1) 상담 대기 중에 어떤 자료를 보는 고객이 더 잘 구매할까?
영상 자료 vs 텍스트 자료
2) 다음 중 어디서 상담한 고객이 더 잘 구매할까?
제품이 보이는 장소 vs 제품이 안 보이는 장소
3) 어떤 환경에서 더 잘 구매할까?
개방된 라운지 vs 폐쇄된 룸
사소해 보이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예상되는 실험을 편견 없이, 끊임없이 반복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세팅하고, 좋은 경험에 비례해 제품을 많이 판매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1) 텍스트, 2) 제품이 안 보이는 장소, 3) 차이 없음
일과 일상, 회사와 개인의 삶을 마냥 분리해서 생각하던 나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다.
당시 긴밀히 협업했던 10여 명의 동료들과는 최근까지도 자주 연락하고, 종종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으로 다시 흩어졌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회사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조직에서 시작했지만, 인간적으로도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학연, 지연, 혈연 등 의지할 곳이 없던 타지 생활에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생겨 감사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가장 빛나는 때에 어둠이 시작된다는 말처럼, 나는 새로운 도전을 고민했다.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회사의 방향이 처음 기대와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1-1. 제품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1-2. 장기적 미션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게 되었다.
1-3.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하며 문화가 달라졌다.
2. 원치 않는 직무로 전환하게 되었다.
3.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다.
1-1. 제품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새로 런칭하는 제품들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나조차도 돈을 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실패가 이어지자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출시하는 선택을 했고, 이는 패착이 되었다.
오히려 제품을 더 빠르게 출시해 될 놈과 안될 놈를 발라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1-2. 장기적 미션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수요를 모르는 제품을 너무 열심히 만들었고, 열심히 만든 제품을 억지로 파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성장을 위해 수명이 다해가는 기존 제품에 계속 의지했다. 우리의 미션 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날이 늘어갔다. 브랜드에 공감하는 고객을 많이 만들기보다, 당장 제품을 사 줄 고객에게 집중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초기 50배의 급성장을 만들어준 팬은 실망했을 것이다. 연 매출 100억을 돌파할 때 유입된 고객은 우리의 진정성을 의심했을 것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1-3. 달라진 동료들과 달라진 문화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동료들이 들어왔다.
두 번째 회사처럼 유니콘 출신의, 좋은 스펙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다. 그들이 생각과 태도는 기존의 문화와 다른 지점이 있었고, 조금씩 삐걱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소통하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제품과 브랜드의 힘이 떨어지면서 오늘의 성과를 위해 고군분투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빈도는 줄어갔고, 실행보다는 검토와 논의, 비판의 시간이 더 길어졌다.
2. 직무 전환을 권고 받았다.
조금 갑작스럽게, 온라인 판매 채널을 관리하는 직무로의 전환을 제안 받았다.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시 나는 오프라인 세일즈 채널(매장)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객과 제품과 브랜드가 밀접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믿었다. 제품 특성상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경험이 훨씬 중요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MD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회사와 몇 번의 대화를 거쳤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팀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직무 변경에 동의했다.
3. 그러던 중 좋은 제안을 받았다.
F&B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D사의 Chief Operating Officer 포지션이었다.
회사의 대표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동창은 대표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나도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전달했다.
미니 컨설팅 같았던 대화가 끝나고 며칠 뒤, 나는 합류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D사는 전국에 50개 정도 가맹점이 있었지만 법인으로 전환한 지 오래되지 않아 직원은 3명에 불과했다. 회사에 좋은 시스템을 안착하고 싶은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
도메인은 다르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다양한 직무 경험으로 팀 빌딩과 성장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제안을 준 것이다.
나는 긴 고민 끝에, 다시 한번 새롭게 도전하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