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제 할 일을 꼼꼼하다 싶게 잘 챙기는
성품이다.
예쁨을 받으며 자랐고 아주 순한 편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턴 국제학교에 다녔어서 호텔에서 하는
고등학교 졸업식은 식을 마치고 나니
졸업생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어울려
사진도 찍으며 파티로 이어졌었다.
제법 시끄러운 틈에
백인 남자 선생님이 나를 찾아서
다가와 딸의 목소리를 꼭 듣고 싶었는데
못 듣고 졸업을 한다고 파안대소를 했던 일도 있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학교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했을 만큼 나름의 역할도 있었고
교회 고등부 회장도 하는 아이가
말소리 안 내고 학교를 다니다 졸업을 했다
딸은 말없이 제 할 일을 다하고 난 하루의 끝 같은 시간대에 샤워를 했었다
물소리에 모든 생각을 하나하나 쓸어 담는 듯
샤워기를 세게 틀어 오래 뜨거운 물을 쏟아 내며 샤워를 했었다.
샤워로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말리며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좋아하는 복숭아 를 긴 손가락으로 잡아 들고 한입 한입 차분하게 꼼꼼히 먹고 나서 남은 씨를 내려 놓으며
맛있어 흠 하고 조금 웃으며 엄마 인
나에게나 나직하고 조용한 말을 조금하곤 했었다
딸이 그날의 공부를 마치고 난 책상은
내일이란 시간이 정리되어 놓인 듯
적요하고 단정 했었다.
할 일을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가
내일에 필요한 잠을 반듯이 누어 청하는 딸은
땅에 박힌 뿌리 안에서 뿌리만
종일들여다보고 있다
힘이 다해져 펴 올라 버린 작약이
말도 없이한달 넘게
정지해 그 자리를 채우고 서 있는 것 처럼
늘 소리를 잘 안내고 성실하고 가지런하고
뽀얗고 섬세하다
그 딸의 미간이 구겨져
접혀지고 눈물이
모여 얼굴에 물줄기가 내린 순간이 있었다
그 얼굴을 본 내 눈으로 부터
내 배안 어딘가에
있던 조용한 집
그 작고 네모난 토방에
폭우가 내려 부어져
토방에 흙이 다 패여 나가고
뵈지 않는 검은 하늘에서
쉬지 않고 쏟아 부어졌다
딸의 미간과 얼굴에서 시작된 눈물은
내 숨통과 내 몸에 검게 내려져
시간도 먹칠이 되나
그 시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딸에게서 나오는 눈물을 보며
숨을 쉬는 것은
그 애의 엄마인 나에게
힘에 부치는 고통으로 그 때는 숨쉬기도
고되었었다.
딸의 눈물을 막을 도리라면
못할 짓은 없어서
난 몸을 부셔서라도 하는게
당연하였다
내가 아파서 못 견뎌 만든 도리라
그건 딸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것이었다
딸의 울던 순간을 떠 올리면
지금에도
내 배 안 쪽의 그 토방이
다시 먹구름이 몰려 들고 어두워진다
돈과 읍소로 그 일은 해결되었다
딸은 그 때 흘렸던 눈물
그만큼 정도로 말수가 늘고 그 말들은 사실적이고 투명하다
함께 있으면 팔짱을 껴 몸을 좀 더 가까이 붙히며
조용한 말소리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비는 멎었다
오늘은 가벼운 바람에
꽃송이 들이 흔들린다
춤을 춘다
말소리도 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