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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 May 28. 2017

雨中男女

비록 그럴 기분이 아닐지라도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 가운데 한 장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골목. 저만치 앞에서 두 사람이 다투고 있었다. 여자가 비를 맞으며 혼자 앞서 걸어 나가자, 남자가 뒤따라가 우산을 씌워 주었다.

"나, 오빠랑 우산 같이 쓸 기분 아니랬지!"


그때부터 갑자기 신경이 쓰인 것은, 우산의 '향방'. 남자는 여자에게 우산을 준 뒤에 자리를 뜰까? 아니면 여자가 비를 맞고 가도록 그냥 내버려둘까? 그것도 아니면 여자에게 우산을 준 뒤,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 뒤를 계속 따라갈까?


그 둘을 이미 내가 앞질러 어느 정도 걸어가다 힐끗 뒤돌아 보니, 우산이 여자 손에 가 있고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비 맞고 가는 걸 상대가 보게 하는 것도, 상대가 비 맞고 가는 걸 내가 보는 것도 다 못할 짓이다. 비 오는 날에는 싸우지 말아야지. 특히 우산이 하나밖에 없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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