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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박 May 17. 2017

16. 졸업식

이제 떠날 시간

디펜스가 끝난 뒤 시간이 꽤 시간이 흘러, 2017년 2월 17일 드디어 졸업식이 다가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동생, 어머니, 아버지, 여자 친구까지 내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모였다. 가족에게 내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연구했는지 소개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날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학과 건물을 투어 하면서 소개하였다. 나도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보기 힘든 장소들이라서, 장소들을 소개를 하면서도 그곳에서 보낸 나의  지난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10시가 되어 졸업식을 시작하였다. 박사들은 한 사람식 호명하며 졸업 논문 제목을 소개한 다음, 지도교수님이 나오셔서 직접 학위기를 수여하셨다. 이번에 졸업하는 박사는 모두 4명, 나는 그중 제일 마지막이었다. 선배들이 한 분씩 앞으로 나와 학위기를 수여했고, 나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림 16-1. 2017 카이스트 산업디자인 졸업식]
"다음은 우종범 박사, 연구제목은 '루틴 중심의 DIY스마트홈 디자인'.
지도교수님인 임윤경 교수께서 학위기를 수여하시겠습니다. "


지도교수님께서 학위기를 입은 채 무대 앞으로 나오셨다. 준비된 졸업 가운을 들고, 가운을 받기 위해 무릎을 조금 굽히고 있는 나에게 머리 위로 가운을 씌워주셨다. 교수님께서는 옷핀으로 졸업가운을 고정시키면서 작은 목소리로 '자랑스럽구나. 고생했다.'라고 말씀하셨다. 항상 이야기해주시던 말이었지만, 이때, 진정으로 나를 박사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감정이 북 밭 쳐 올랐다. 눈물이 날 뻔했지만, 디펜스 때와는 다르게 꾹 참고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작게 대답했다. 


[그림 16-2] 내 생애 가장 큰 미소


다른 학생들의 학위기 수여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나중에 내 사진을 봤을 때 정말 활짝 웃고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내 생에서 가장 활짝 웃고 있는 순간일 것이다. 연구실 친구들, 다른 대학원생들, 가족들, 여자 친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그림 16-3]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들

같은 날, 나는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들을 모두 정리했다.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짐들만 챙겨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처음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를 쓸 소재를 주었던 헤드셋을 발견했다. 


처음 헤드셋을 받던 순간이 기억났다. 졸업하는 NM선배가 짐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헤드셋을 줬었다. 헤드셋을 사용하면서 부러지고, 스펀지가 떨어졌지만, 헤드셋이 부러지기 전에 졸업을 하겠다는 오기가 생겨,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유물이 되었다. 어쩌면 NM선배가 준 헤드셋 덕분에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라는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되었고, 박사과정의 일상과 감사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헤드셋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옆에 있는 후배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현범아, 이거 다 떨어지고 쓰기 힘든 헤드셋이긴 한데,
그래도 너 박사 졸업할 때 까진 쓸 수 있을 거야. 이거 네가 쓸래?"


[그림 16-4] 후배에게 헤드셋 전달. 어려운 시간들을 잘 견뎌내길


그 헤드셋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후배라서 스펀지가 떨어지고, 부러져 있어서 사용하기 힘든 헤드셋이지만 가지겠다고 했다. 나는 너덜너덜해진 헤드셋을 후배에게 건넸다. 아직 석사 2년 차인 이 친구가 박사를 졸업할 때까지 4~5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헤드셋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헤드셋도, 후배도 앞으로의 힘든 과정을 멋지게 버텨주길 바란다.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연구실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개운하면서도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나를 성장시켜준 사건들, 사람들, 선후배들, 친구들, 교수님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마무리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박사과정의 잡동사니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들과 감사한 분들, 그때의 추억들은 앞으로도 나를 이끌어주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사과정을 졸업하며,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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