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박 Feb 28. 2017

12. 넷러너 프로모 카드

박사과정과 오랜 친구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아직 감사를 다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양덕도 그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를 기숙사 학교로 다녔었는데, 처음 랜덤으로 배정된 룸메이트가 바로 '양덕'이었다.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노는 성향이 비슷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친구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1~2년에 한 번식은 보고, 또 최근에는 2달에 한 번은 같이 만나서 자전거를 타거나 보드게임을 했다. 보드게임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연구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정말 고맙게도 양덕은 박사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준 친구이다.


첫 번째 도움은 바로 나의 박사과정 연구 주제를 DIY스마트홈으로 선택을 하게 도와주었다. 이 친구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kickstarter라는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서 새롭게 나오는 스타트업 제품들을 자주 탐색하였다. 그러던 중 내 연구 분야랑 관련이 많은 Ninja Block(그림 12 - 1)이라는 제품을 발견하고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 당시 나는 DIY스마트홈 연구의 초창기였는데, 적당한 상용제품이 없어서 직접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개받은 Ninja Block을 이용하여 연구를 매우 수월하게 진행하고, 내 학위 연구의 첫 번째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림 12-1 실험에 사용한 Ninja Blocks. 출처 : http://www.werd.com/18804/ninja-blocks/]

두 번째 도움으로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개발자가 필요했었는데, 그때 선뜻 나서서 개발자가 되어 주었다. 이 시기에 양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연구를 제 시간이 잘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도움을 부탁했을 때, 양덕도 회사를 나와서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도 중요한 시기였다. 나를 도와주는 기간 동안 다른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굉장히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내가 청한 도움이 한 친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 굉장히 미안했었다. 또한 제대로 된 페이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 "내가 페이를 많이 못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챙겨줄 수 있을 만큼은 챙겨줘야 될 것 같은데.. 얼마 정도를 생각해?"

양덕: "아마 기업이 클라이언트였으면 ---만원 정도를 제시했을 것 같은데, 학교에서 하는 거고 나도 도와주는 거니깐 줄 수 있을 만큼 줘. 많이 주면 나는 좋지만, 상황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실제로 내가 줄 수 있었던 금액은 친구가 제시했던 금액의 1/3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그것도 겨우겨우 맞춰서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다행히 연구는 잘 진행되었고, 내 두 번째 결과물인 루틴 중심의 DIY스마트홈 프로토타입 (그림 12 - 2)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림 12-2] 함께 개발한 루틴 중심 DIY 스마트홈 프로토타입


디펜스가 끝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다음 바로 양덕에게 전화를 걸어서 디펜스 통과 소식을 전했다. 발표 전날까지 프로토타입 시연 문제로 연락을 했었는데, 프로토타입이 무리 없이 작동했고, 잘 통과했다고 전했다. 지나고 보면 거의 반년 정도를 내 박사과정을 함께 도와준 친구이기 때문에 이 은혜는 앞으로 꼭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받은 도움에 비하면 작은 선물이지만, 항상 그 친구랑 했던 보드게임의 스페셜 카드들을 선물로 주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어 ebay를 통해서 해외 구매를 한 카드들이다. 종이 쪼가리처럼 보이지만 배송료까지 합치면 금액이 꽤 나간다(그림 12-3).


[그림 12-3] 선물로 건네준 보드게임 스페셜 카드 (안드로이드 넷러너 프로모카드)


박사과정 중에서도 연구를 생각하지 않고 만났을 때마다 신나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나이가 들더라도 오랜 친구를 만날 때는 항상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 보드게임을 같이하고 있고, 곧 날씨가 풀리면 함께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양덕 말고도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자전거를 탄 전덕, 히동, 감자.. 다양한 친구들 덕분에 스트레스를 쉽게 풀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내 박사과정 동안 옆에서 지지해주고 도와준 것도 너무나 고맙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언제나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로 남고, 또 나도 그들에게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이전 11화 11. 디펜스 그 이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