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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박 Mar 04. 2017

13. 벚꽃 축제 액자

박사과정의 동아리 활동

내 책상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액자가 있다(그림 13-1). 2014년 카이스트 벚꽃시즌에 학과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 철우, 승기, 현재, 희정, 형근, 기혁 이 친구들과 함께 잠시 일상적인 연구에서 벗어난 일탈을 해 볼 수 있었다.  저 사진이 찍혀 있을 14년은 그나마 졸업 압박이 적어서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즐겁게 진행할 수 있던 시기로 기억한다.


[그림 13-1] 2014 벚꽃축제 기념 사진


박사과정 중, 학과의 동아리를 참가했었다. 동아리 이름은 '디자인 특전사'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을 한 이 동아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회로, 코딩도 다 잘하는 특전사 같은 디자이너가 되어보자 라고 지은 이름이다. 함께 스터디도 해 가면서, 학생 주도의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었다. 주로 학생은 만들고 싶었는데 교수님과의 의견 충돌로 사라진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보는 작업들이 많았다.

[그림 13-2] 디자인 특전사 로고

방학 중에는 '작심삼일'이라는 3일 동안의 단기간 워크숍을 진행하고, 학기 중에는 다양한 스터디들을 자체적으로 꾸려가면서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갔다. 가끔씩 함께 바베큐 파티도 하고, 새해 전야제도 진행하면서 즐거운 소셜라이징도 함께 했다. '디자인 특전사'는 힘든 대학원 생활 중에 그래도 스스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학생들 자체적으로 성장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갔다. 친구들이 점점 졸업하면서 친했던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새로운 친구가 되는 과정을 반복했었다.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각자의 연구 말고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자신만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선보였던 동아리였다.


[그림 13 - 3] 인터랙티브 미디어 파사드 Color Splash

그중 내가 PM이 돼서 진행했던, 2015년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Color Splash'라는 작품이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다(그림 13-3). (영상) 5명의 팀원과 함께 인터랙티브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제작하였으며, 처음으로 외주를 받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2달 정도 연구와, 전시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주중에는 연구, 주말에는 전시 준비를 하느리 폭풍과 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처음 도전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라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서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매 학기 이루어지는 스터디를 통해, 전자 회로, 코딩, 재료 스터디 등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지 않으면 습득하기 힘든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각자 1 주식 주제를 맡아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형식이었는데, Processing, MAXMSP, Android코딩부터 시멘트, 가죽, 실리콘 (13-4) 등 물리적인 재료 스터디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서 다양한 부분에서 지식을 조금씩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림 13-4 실리콘 스터디를 통해 만든 큐브 실리콘 조명]


교수님들에게 전혀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지만, 스스로 자신이 발전되어야 될 방향들을 결정하는 게, 어찌 보면 헤맬 수도 있지만, 굉장히 가슴이 뛰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결과물은 뛰어나기보다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더 성장해 가는 결과물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보람찼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에 재료비와 같은 돈이 필요했었는데, 워크숍 기획서를 작성해서 학교와 학과 사무실로 제출하여 자체적으로 펀드를 구했다. 학과 선생님, 그리고 교수님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기 때문에 관련해서 지원해 주실 수 있는 펀드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지원해주셨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주어진 환경에 너무 감사했다. 카이스트는 그런 측면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었었다.  


활동들을 진행하느라 한편으로는 내 연구에 들일 노력이 분산되는 게 아닌 건지 걱정도 되었지만, 다 지나고 생각해 봤을 때에는 내가 필요하고 재미있어하는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졸업 후 내가 가질 나의 스킬 셋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준 활동이기 때문에 매우 유익했던 것 같다. 이런 활동이 없었으면 내가 커버할 수 있는 작업 범위가 사용자 경험 조사 및 논문 작성에 한정되어버렸을 건데, 재료 스터디, 코딩, 전시활동을 통해서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토타입 핑, 전시 기획 등의 다양한 스킬 셋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번 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아왔다.


좋은 사람들, 좋은 환경에 있어서 운이 좋게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가서도 이런 새로운 기술이나 작은 프로젝트들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길 바라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함께 프로젝트를 한 디자인 특전사 친구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님들, 그리고 카이스트 공과대학 분들께 감사한다. 앞으로 다른 후배들도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함께 즐기는 멋진 동아리 문화를 이어 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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