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과 오랜 친구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아직 감사를 다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양덕도 그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를 기숙사 학교로 다녔었는데, 처음 랜덤으로 배정된 룸메이트가 바로 '양덕'이었다.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노는 성향이 비슷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친구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1~2년에 한 번식은 보고, 또 최근에는 2달에 한 번은 같이 만나서 자전거를 타거나 보드게임을 했다. 보드게임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연구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정말 고맙게도 양덕은 박사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준 친구이다.
첫 번째 도움은 바로 나의 박사과정 연구 주제를 DIY스마트홈으로 선택을 하게 도와주었다. 이 친구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kickstarter라는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서 새롭게 나오는 스타트업 제품들을 자주 탐색하였다. 그러던 중 내 연구 분야랑 관련이 많은 Ninja Block(그림 12 - 1)이라는 제품을 발견하고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 당시 나는 DIY스마트홈 연구의 초창기였는데, 적당한 상용제품이 없어서 직접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개받은 Ninja Block을 이용하여 연구를 매우 수월하게 진행하고, 내 학위 연구의 첫 번째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도움으로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개발자가 필요했었는데, 그때 선뜻 나서서 개발자가 되어 주었다. 이 시기에 양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연구를 제 시간이 잘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도움을 부탁했을 때, 양덕도 회사를 나와서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도 중요한 시기였다. 나를 도와주는 기간 동안 다른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굉장히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내가 청한 도움이 한 친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 굉장히 미안했었다. 또한 제대로 된 페이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 "내가 페이를 많이 못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챙겨줄 수 있을 만큼은 챙겨줘야 될 것 같은데.. 얼마 정도를 생각해?"
양덕: "아마 기업이 클라이언트였으면 ---만원 정도를 제시했을 것 같은데, 학교에서 하는 거고 나도 도와주는 거니깐 줄 수 있을 만큼 줘. 많이 주면 나는 좋지만, 상황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실제로 내가 줄 수 있었던 금액은 친구가 제시했던 금액의 1/3 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그것도 겨우겨우 맞춰서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다행히 연구는 잘 진행되었고, 내 두 번째 결과물인 루틴 중심의 DIY스마트홈 프로토타입 (그림 12 - 2)를 개발할 수 있었다.
디펜스가 끝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다음 바로 양덕에게 전화를 걸어서 디펜스 통과 소식을 전했다. 발표 전날까지 프로토타입 시연 문제로 연락을 했었는데, 프로토타입이 무리 없이 작동했고, 잘 통과했다고 전했다. 지나고 보면 거의 반년 정도를 내 박사과정을 함께 도와준 친구이기 때문에 이 은혜는 앞으로 꼭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받은 도움에 비하면 작은 선물이지만, 항상 그 친구랑 했던 보드게임의 스페셜 카드들을 선물로 주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어 ebay를 통해서 해외 구매를 한 카드들이다. 종이 쪼가리처럼 보이지만 배송료까지 합치면 금액이 꽤 나간다(그림 12-3).
박사과정 중에서도 연구를 생각하지 않고 만났을 때마다 신나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나이가 들더라도 오랜 친구를 만날 때는 항상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 보드게임을 같이하고 있고, 곧 날씨가 풀리면 함께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양덕 말고도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자전거를 탄 전덕, 히동, 감자.. 다양한 친구들 덕분에 스트레스를 쉽게 풀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내 박사과정 동안 옆에서 지지해주고 도와준 것도 너무나 고맙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언제나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로 남고, 또 나도 그들에게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