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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r 02. 2024

몸이 아프면 나만 서럽다.

질병이 주는 절대 고독 : 이반일리치의 죽음

어린 시절 감기에 걸려서 입맛이 없는데 가족들이 치킨을 시켜 먹을 때 기분을 아는가?!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을 덮어 쓰고 서럽게 울었었다. 난 아파죽겠고만

그래서 어른들이 건강해야한다고 몸이 아프면 나만 서럽다고 했던 모양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프면 좋아하던 커피도 맛이 없고 라면도 맛 없고 사람들도 꼴보기가 싫다. 어쩌면 사람은 몸으로 시작하여 몸으로 완성되는 존재인가보다.      


우리 책방에 공무원으로 일하시다 은퇴하신 분이 자주 책을 사러 오신다. 책을 구경하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얼마전에 정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쉬어야 해서 은퇴를 하셨고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하신다. 평소에 술을 많이 드셨는데 퇴근 길에 쓰러져 긴급 수술을 하고 겨우 살아나셨다고 한다.

“선생님 술도 못 먹고 담배도 못 피는데 낙이 없었어요. 몸이 아프니 정말 힘들고 외롭더라고요. 그런데 책방을 부터 돈 버느라 바빠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가 책을 보니 좋은 말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 분은 책에서 새로운 좋은 글을 발견하고 요즘 필사를 시작 하셨다고 환하게 웃으신다. 방송에서 봤는데 책을 보는 것이 치매 예방도 되고 좋다더라고 하시며 책을 고르신다.

“선생님 저는 자식들한테 절대 짐이 되기 싫습니다. 책방 오래 오래 하세요.”     

책을 사실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다. 죽다 살아난 것이 감사하며 가족이 소중하고 사는  동안 절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며 죽음의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 보려는 납득의 과정인 듯 보인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을 예습하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수업 전에 예습은 긴장을 덜어 힘든 수업을 수월하게 했었다. 예습처럼 몸이 아프다는 건 어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어주는 과정인 듯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몸이 아픈 사람이 죽음 직전의 처절한 외로움을 알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이반일리치는 좋은 집안에 태어나 잘난 아들로 적당한 여성을 골라 결혼을 하는 나름의 순탄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중병에 걸리며 삶은 끔찍하게 흘러간다.     

“ 이반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이 소설의 유명한 이 문장는 몸이 아픈 병이 걸린다는 것은 순탄한 삶이 한 순간에 대비도 없이 끔찍하게 만든다는 뜻일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끝까지 병 앞에 버티고 반항하고 이겨 보려한다. 아프기전처럼 사교 모임을 만들고 집을 이사하고 끝까지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가족도 꼴보기가 싫고 위로하는 친구들도 위선적이라 싫어지기 시작하며 컴컴한 외로움에 터널에 갇혀버린다.

철저히 혼자가 되기 시작하며 거기다 통증의 고통으로 끔찍하고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된다.     


“ 모든 것이 한결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죽음 같다. 산을 오른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꾸준이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만틈 삶은 내 밑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죽음 직전에 아들이 슬프게 걱정하며 흘리는 눈물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병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 때문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홀로 스스로를 괴롭혀 왔다는 것을 직면한다. 이반일리치는 죽음 직전에 아들의 눈물로 외로움을 벗어난다.     

아들은 이반일리치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대고 울음을 터트렸다.

" 그 순간 이반일리치는 구멍 속을 나뒹굴며 빛을 보았고 자기 인생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아직 바로 잡을 수 있을을 깨달았다. 눈을 뜨고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가엾었다.

아내를 보며 “ 데려가.... 불쌍해... 당시도 그렇고....” 용서해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보내줘라고 말했고 그것을 바로 잡을 기력이 없었다. 하지만 알아들을 사람을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    


우리는 특별한 삶을 원하고 주목받고 싶고 대단해지고 싶어한다. 역설적이게도 죽음과 아픔 앞에서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가 된다. 어떤 누구도 알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특별해진다. 거기다 죽지 않을 사람이 없고 아프지 않는 사람이 없기에 이 특별함은 또한 개별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니 이 순간 여기서 그냥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하루 하루 기뻐하며 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픔과 죽음의 절대 고독을 마주하기 전에 말이다. 이반일리치 인생을 따라가며 정말 긴 병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지만 더불어 긴 병이 오기전에 소중한 어떤 것을 절대로 놓치면 안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아프셨던 단골 손님이 계산을 하시며 하신 말이 이반일리치를 떠올리게 했다.     

“요즘 내가 인생을 좀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보니 이제야 조금 뭘 알겠어요.”


이 분은 이제 더 이상 아파서 서러운 분이 아니라 자유 영혼이다.

                                                                            ------- 이반일리치의 죽음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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