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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r 23. 2024

‘상담할 결심’- 정신과 치료를 결심한 자의 외로움

당신이 옳다-정혜신작가

“ 선생님. 정말 제가 저를 스스로 망치고 있는 걸까요?”

고등학생 내담자 선주가 절박하게 나를 바라보며 던진 첫마디였다. 

“ 선주학생,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예요?”

선주의 눈동자가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며 눈물을 쏟아낸다.   

 

선주는 고3이 되었다. 부모님은 재촉하지 않는데 스스로가 입시를 생각하면 너무 불안했다고 한다. 불안을 잊기 위해서는 폰을 보는 수밖에 없고 어느 순간 잠을 못 자게 되고 학교 수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말을 못 하고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니 수면제를 먹어보라고 하더란다. 여자 의사가 더 자신을 이해해 줄 것 같아 검색 끝에 병원을 겨우 알아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고 한다.

 선주는 심리 검사지를 체크하면서 자신 정신질환자로 판명될까 초초한 마음에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고 한다. 겨우 병원 의자 손잡이를 잡고 버티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 스마트폰 중독 같은데....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 많이 하시네요? 당연히 이러면 잠을 못 자죠. 스스로를 망치는 습관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던 선주는

“ 선생님, 요즘 제가 얼마나 힘든데요. 왜 그렇게 야단을 치세요.?”

“ 환자분, 아니에요. 그냥 일상적인 질문이에요.”

선주는 환자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고 한다. 

“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상담받을래.”  


   


정신의학과를 가기까지 긴 여정이 있다. 몸이 아픈 것은 치료가 끝이 있는데 정신의 문제는 그 끝을 기약할 수 없기에 더 외로운 날들이 지속된다. 마음에 비하면 매우 몸은 정직한 편이다. 배가 아픈데 전문가에게 가서 머리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괜찮다, 안 아파 이러면서 아픔을 전쟁터에서 몸을 숨기듯 숨긴다. 

겨우 아픔의 정체를 깨닫고 정신과 찾아 

‘ 드디어 공감을 받는구나, 해결이 되는구나, 약을 먹으면 나아지겠지’ 하는데 의사 선생님의 질문들은 괴롭고 수용되지 못하면 더욱 큰 상실을 겪는다. 치료의 큰 결심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자괴감으로 둔갑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 관대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 정신적인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적정한 정신과를 찾지 못한 치료 결심자들에게는 정작 이런 말들은 마음에서 튕기고 부메랑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선주와의 첫 만남에서 막막함을 넘어 나를 찾아온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덧붙여 힘을 주어 긴 설명을 했다. 자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 몸과 달리 마음은 변수가 많아서 스스로가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기 힘들다. 예를 들면 부모, 친구, 개인적 상처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마음에 문제가 생긴다. 일단 정확한 상담의 목표를 명확히 하자. 분명한 목표를 잡고 한 가지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면 다음 목표를 더 잡기가 쉽다. ”   

  

정혜신작가는 점점 정신적 문제가 전문적인 외주화가 되면서 치유가 되지 않고 치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상의 삶을 유지하는 것은 외식이 아닌 집밥이듯, 전문적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박하지만 작지만 나 자신을 지켜보려는 일상적 결심이 더 중요하다. 결국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단지 내비게이션을 보다가도 길을 잃듯 마음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선주는 전문가의 권위에 맞추지 않고 제일 먼저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살피고 거부했다. 그것이 치유의 주도권이다. 결정권을 가진 노예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듯,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다.     

“ 선주학생. 의사 선생님께 반항을 하셨군요. 그 에너지면 뭐든 하겠는데요?”     


누구든 치유를 결심한 그 순간, 그 마음이 가장 옳다. 결심하였다면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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