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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r 09. 2024

1인 가족이요?

싱글들의 외로움 : 가족각본, 맡겨진 소녀

내가 1인 가족으로 부르는 친구 A는 비혼주의자고 반려견과 오순도순 산다. 


“요즘엔 직장에서 너무 지쳐. 혼자 산다고 일을 자꾸 더 하래. 언젠가 우리 강아지가 많이 아파서 야근을 못하겠다 집에 가야겠다고 했더니 부장이 웃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내 몸이 아프다고 해. 떠넘기는 일을 좀 안 하려면 결혼을 해야 하나?” 내 소중한 친구 눈에 언뜻 서운함과 외로움이 스친다.


' 내가 키울 아이가 있니, 밥 해줄 남편이 있니' 이러면서 육아하는 엄마들 대신 야근을 하는 속 깊은 사람인 걸 알기에 속이 상한다. 

“ 누가 우리 A 괴롭히니? 확!! 속상하네. 그만둬. 내가 너 먹여 살릴게” 

“ 뭐래? 네가 내 가족이냐? 남편이냐? 그래도 그 말 들이니 좀 설레네. ”

내가 육아로 힘들고 남편이 미워지면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사는 네가 부럽다. 너는 결혼 절대 하지 마라” 이러면서 친구 마음을 복잡하게 했을 것 같아 입이 부끄러워진다.     


결혼 생활이 힘들면 대리 만족으로 예능 ‘나 혼자 산다’, ‘나는 솔로’를 본다. 예능 속 싱글들은 여행을 훌쩍 떠나고 혼술을 하며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진다. 그 삶을 맥주를 홀짝거리며 ‘아 나도 혼자이고 싶다.’ 질투와 후회를 거듭하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실 속 싱글들은 견고한 한국 사회 가족 각본 안에서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복잡한 마음이 커 보인다. ‘ 아이도 키워보지 않고 어떻게 힘든 삶을 아느냐’는 내면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하여 ‘그래도 결혼을 해라. 지금은 좋지? 나이 들면 혼자 사는 것 외롭다’는 고독사를 암시하는 이상한 경고를 하곤 한다.      


최근 친구는 지하철에서 어른 한 분이 하는 말씀에 엄청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 젊은애들이 이기적이라 결혼을 안 해서 나라가 망하게 생겼어.” 

이어서 친구는 웃으며 허탈한 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데 내가 정말 나라를 망치는 사람일까라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니까”  


싱글들은 자유롭고 싶은 마음과 책임이 두려운 사람들인 걸까? 그리고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건가?

한국 사회 가족은 지나치게 무겁다. 집을 마련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들며 아이 사교육비도 엄청나며 결혼식 자체의 비용도 크다. 뭐든 간단하지 않다. 복잡하고 무거운 결혼이 정말 사랑만으로 감당이 되는 걸까? 책임감만으로 유지되는 걸까? 다른 나라에 비해 정상 가족의 프레임이 견고한 한국 사회는 가족은 늘 각본이 있다. 정상 가족은 항상 부모와 아이가 표준이 되고 그 이외의 가족 형태는 부정적으로 보는 갑갑한 시선이 늘 존재한다. 여러 이유로 한국 사회의 결혼은 어마무시한 느낌을 준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은유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어떤 가족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 찬스'로 인한 불공정에 분개하다가,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자신은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합계출산율 0.78명 이라는 통계는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아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부조리한 현실의 반영이다.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우리 삶을 장악해 온 가족제도를 추적한다. 우리의 인생은 왜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가. 왜 결혼을 하면 출산하는 게 당연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 되는가. 부와 모가양육하지 않는 가족은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한가. 한국사회를 규율하는 이 견고한 '가족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제도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진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말기에는 우리 삶에서 가족은 너무 중요하지 않은가. 한국사회가 그토록 애써 지키는 가족 각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렇기에 묻는다. 이제 우리,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가족각본. 김지혜, 인용)     


친구 A가 웃으며 묻는다.

“ 너는 왜 나를 1인 가족이라고 해? ” 

“ 1인은 언제든 또 2인이 되고 3인이 되는 시작이니까 ”


가족과 결혼에 대한 무거움을 가볍게 만들어줘야 1인 가족이다가 2인 가족으로 용기를 내고 3인, 4인 가족으로 가게 되는 게 아닐까?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에서 무심하고 애정이 없는 부모는 여러 아이들 중 가장 착한 소녀를 이웃에 맡긴다. 이웃의 부부는 과거에 아들을 잃었지만 용기를 내어 소녀를 맡아 마음을 나누고 정성을 쏟고 소녀를 사랑한다. 소녀는 친부모보다 오히려 부부에게서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을 열게 된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소녀는 친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지만 계속 남겨진 부부를 뒤돌아보며 결국 부부에게 뛰어간다.  

   

결국 가족은 상실과 두려움을 안기는 것이 아니라 다정함과 애정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라면 신체적 탯줄이 아니라 마음의 탯줄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몇 인 가족일까요? ^^. 외롭고 두려움이 삶의 기본값이라면 우리 모두 다같이 1인 가족하고 서로에게 가족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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