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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Jun 02. 2024

인생 B컷이라도 괜찮다.

청소년 진로상담


"인스타그램 올릴 A컷 나오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 번은 찍어야지. 암요..."


제법 많은 팔로우 수를 가진 친구가 확신에 차서 말한다.  '오호라?!' 감탄하며 열심히 구도를 잡고 사진앱을 깔고 잡스러운 노력을 다한다. 체험형 인간인 나는 풍경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사람은 웃고 이야기하고 안아주는 편이라 기록형 친구가 사진에 집중한 시간을 따라잡지 못한다. 무지랭이 똥손에게 A컷은 가당치 않지만 힘을 좀빼고 즐기며 여러가지를 찍다보면 나름의  B컷이 나온다. 조금은 덜 만족스럽지만 B컷의 사랑스러운 점은 얻어걸릴 수 있다는 확률이다. 노력은 작은데 결과가 좋으면 성취감은 덜 번듯해도 만족감은 높아진다. 


" 오. 나름 괜찮은데." 준인플루언서 친구가 추임새를 주면 바로 인스타에 올린다. 얻어걸린 B컷이 열 A컷 안부러운 순간이다. 



코로나 이후 청소년들 진로 상담을 하다보면 '번듯한 전문직'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직이란 자고로 완벽한 연봉과 안정된 미래를 가져다 주는 직업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신이 만족하는 행복한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면 코로나를 겪으며 언제든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다급한 공포가 번진 모양이다. 지금의 부모들은  IMF 를 겪으며 부모의 사라지는 직업을 목격했고 가정의 붕괴를 겪었다. 그 공포를 알고 있기에 더욱 안정된 전문직을 선호한다. (오찬호 민낯들 인용) 이런 부모의 바램을 눈치 챈  아이들이 긴 상담 끝에 늘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우울한 거 잘 이겨내면 성적오르겠죠? 좋은 대학가야 성공하니깐 .. 전문직도 되고 ... " 


"그것보다 너의 적성에 맞는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 해야 하지 않을까?" 


순간 아이는 크게 동공이 흔들리지만 결심이 무너질세라 단호히 말한다. 


"아니예요. 저 의대 갈꺼예요. 그래야 행복하죠. 의대가려면 사회 과목도 학원 다녀야겠죠?"



청소년들의 하루는 1등급을 만들기 위해  분 단위로 쪼개어져 설계되고 초등학교때 꿈꾸던 행복한 직업은 철없는 이야기가 된다. 상대평가의 경쟁적 입시에서는 작은 실수를 하면 1등급을 못받을 확률이 크다보니 학습 불안과 시험 강박은 점점 커진다.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손쉽게 도파민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게임을 하고 숏츠를 본다. 더 큰 문제는 자해를 하거나 우울증, 강박증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의 영혼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인생 A컷에 집중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그 노력이 지나쳐 행복을 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오히려 팽팽하게 긴장해서 완벽하게 준비하느라 불안하다면 지금까지 지나온 인생 B컷을 둘러보다보면 건질 만한 컷이 발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완벽한 인생 A컷 사진에 집중하느라 100번 핸드폰만 본다면 영원히 직접 눈을 통해 다가오는 벅찬 자연의 오묘함, 찬란함을 맞이할 수 없다.


친구들이랑 즐기며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는 인생 네컷이 있다. 인생 네컷을 찍고 나서는 즐겼으니 모든 네 컷이 A컷이었다가 B컷이다. 심지어 이상한 사진이여도 재미로 기억되고 삶으로 세월에 남는다. 

청소년들의 진로도 감히 그럴 것이다.


인생 B컷이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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