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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Jun 23. 2024

자퇴하고 싶어요.

학교 밖으로 난 길

" 자퇴하고 집에서 하고 싶은 공부 하니 좋았죠. 근데 수다를 좋아해서 하교 시간 맞춰 학교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곤 했죠."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를 입학했다. 수학자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았다. 이렇게 평균에 맞추는 학교 교육과정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학교 밖으로 나가 동기부여가 되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인지 허준이 교수가 말한 '자퇴', ' 학교', '친구'라는 단어는 '선택'이라는 빛나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화면 너머로 얼마 전 자퇴한 H가 떠오른다. 그 아이의 자퇴는 저렇게 자발적 선택이었을까? 


아이들이 자퇴를 하는 이유는 유학, 고등학교 내신 세탁, 가정 형편, 미래 도전 등으로 다양하다. 예전과 달리 학교를 꼭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고 부모가 인정하는 자퇴라고 해서 아이들의 마음도 마냥 자유롭고 행복할까? 또래와 다른 선택을 쉽게 즐겁게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어른들도 이직이 결혼 다음으로 큰 스트레스 아니던가? 그래서 자퇴를 고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 더 자세히 듣고 묻는다. 


지인 부탁으로 상담을 하게 된 H가 앉자마자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안 된다. 학교 밖은 매우 위험해' 하기에는 H의 맞잡은 엄지손가락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분주한 손과 달리 눈빛은 사뭇 결연했다.

 

"자퇴하고 싶구나" 하면서 속으로 파악해야 할 내용을 빠르게 정리했다.


1. 친구

2. 성적

3. 가족

4. 자신의 미래


"자퇴하려는 이유가 뭘까? 물어봐도 될까?"

"공무원 되려고 빨리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서요."

"대학을 가고 조금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해 보면 어때"

"아니요. 적성도 공무원 쪽이고 전 그냥 그만두고 싶어요."


적성을 강하게 이야기하지만 눈을 피한다. 스스로 선택한 자퇴가 아니다. 다시 물어야 한다.

 

" 친구들이 괴롭히는 걸까?"

" 아니요. 고1이라 그런 것 없어요."

" 대학을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취업도 중요하지만 긴 인생에서 조금은 자신을 연구하고 관계도 넓히는 시기인데 좀 길게 생가하면 어떨까?"

"전 친구 필요 없어요. 혼자서 지내는 것이 편해요."


'그렇지 않은데' 하지 않았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편하다는 저 말이 나오기까지 긴 아픈 시간들을 염려할 뿐이다.

 ... 침묵이 길다.


"사실..... 제가 돈을 좀 빨리 벌어야 해요. 엄마는 능력이 없고 아빠는 취업한 지 얼마 안돼서 돈이 없어요. 동생도 공부시켜야 하고."

" H야. 그건 부모님 몫인데... 부모님이 해결하실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드리는 건 어때?"

"괜찮아요. 자퇴해서 공무원 빨리 되면 돼요."

" 부모님은 뭐라고 하셔?"

" 아빠는 말리시긴 하는데 엄마는 관심이 없어요. "

눈물이 흐른다.

"괜찮은데 가족 이야기하면 자꾸 눈물이 나요."


마지막 말에 H의 자퇴는 말려야 한다고 일단 판단했다. 부모 때문에 등 떠밀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최대한 막고 싶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이 평등해야 하듯 학교를 그만두는 상황도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H야. 학교 그만두지 말자. 내가 도와줄게. 학교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 찾아보자. "

"네...."



다음 상담 날짜가 오기 전 H는 자퇴원을 제출했다. 자퇴 숙려기간에 들어갔다고 한다. 염려는 되었으나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 자퇴를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H에게 자퇴가 가정 형편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단어로 남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톡을 남긴다.


"꼭 연락해, 일단 나랑 이야기해. H야. "


1이 사라지는 핸드폰을 놓고 "학교  청소년들"을 도우는 지역 진로 센터를 재빠르게 검색한다. H에게 빨리 보내주기 위해 정말 빠르게, 무엇보다 빠르게 자판을 두드린다.



 < 이미지 출처 유퀴즈온더블록 >


#자퇴#학교밖아이들#검정고시#진로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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