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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Jun 16. 2024

지레 겁먹기 금지

청소년 시험 불안, 진학 불안 다루기

[인생B컷 진로상담 3]

"선생님 저 대학 못 갈 것같아요. 불안해서 미치겠어요. 시험도 다 망치고.."

"우리 초식동물 주연이 왔어? 많이 힘들구나"

상담할 때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건네는 고운 심성을 가진 아이 주연이, 눈이 커서 그런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큰 눈에 물이 번진다. 목소리도 떨린다. 속상하게시리


내가 주연이를 초식동물이라는 별명을 붙혀준것은 무해하고 고운 마음이라 그런지 상황, 사람에 대한 예민도가 높아서이다. 꼼꼼하여 공부는 잘하지만 예민도가 높다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불안은 '준비하세요. 불안 나타납니다.'가 아니라 불쑥 찾아와서 계속 긴장하게 만들어 일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다 갑자기 죽는 거 아니겠지? 사고 나는 거 아니겠지? 밑도 끝도 없는 '불쑥'을 등에 업은 '불안증'


최근 <선재업고 튀어>라는 인기 드라마는 주인공이 타임슬립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는 이야기였다. 타임슬립은 최근 여러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불안이 완전히 사라지고 착착 예측하여 행동만 하면 된다. 상상만으로 이미 세상은 나의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과거로 간다면 꼭 테슬라 주식사고 코인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야무지게 결심한 상태다. 그러다 현실 자각 타임이 오면 타임슬립 드라가 이렇게 자주 쓰여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가 아닌가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주연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쩌면 주연이가 가진 예민한 기질혹은 성격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또래 친구들 경쟁섞인 말, 부모의 다그침, 학교의 분위기, 어두운 사회 전망 등이 얼켜 큰 덩어리가 되어 주연이를 숨못쉬게 할지도 모른다.

미래와 시험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미래를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고정한다.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면 불안이 막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의 회로를 돌리기 어렵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은 경험상 별로 효과가 없었다.

"많이 힘들고 불안할꺼야. 그렇게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진짜 막막할꺼야. 그 마음 너무 정당해."

일단 밀려드는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에 정당성을 붙혀주니 주연이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불안을 수용해보는 시간을 주며 길게 '복식 호흡'을 하게 했다.


섣불리 "걱정마, 다 잘될꺼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도 주연이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내가 나서서 기회를 뺏어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잘될꺼라는 얕은 전망으로 더 큰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주연아, 선물"

대신 '지레 겁먹기 금지' 포스트 잇을 최대한 온기를 담아 손등에 붙혀주었다.

"나는 주연이가 자신의 능력을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보는 것에 쓰는 건 별로야. 일단 해보고 대학을 못가게 되거나 시험을 망치면 결과가 진짜 짠하고 나오면 선생님이랑 때려 잡자."

주연이가 고개를 떨구고 포스트 잇을 쓰다듬는다. 우리 초식동물은 손도 너무 곱구나.


 <인지혁명>이라는 책에서 생각은 그냥 사고라고 한다. 전후 맥락이 없이 생각이라는 사고는 일어난다고 말이다. 사고는 우연히, 이유는 있으나 막지 못해서, 능력과 상관없이 일어나기에 결과 후 수습이 답이다. '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이라는 생각의 사고는 주연이가 예민하고 약해서가 아닌 그저 불쑥 쳐들어온 불청객을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으로 아이들의 미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은 조금 간단하게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차피 어른인 나도 주연이와 똑같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섣불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충고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래서 간단하게 !!!!

1. 좋은 나라 만들자, 두루 두루

2. 아이들이 지레 짐작으로 겁먹어 미래를 당겨오게 하지 말고 하루 하루를 살게 도와주자.


"하루 하루 재미있게 최선이면 미래도 그냥 최악은 아니지 않을까?주연아."


#시험불안#청소년진로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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