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과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토론을 신나게 하고 있다. 오지 않은 미래는 막막하지만 예측하는 과정은 현재이니 신기한 것투성이고 그런 점에서 그들과 나는 자연스럽게 동지가 된다. 서로가 무식하다는 걸 확인하면 쉽게 친해지니깐. 막막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 먹고살려면 뭐라도 예측해보자 싶어 하는 조사와 토론은 하면 할수록 선명하지 않고 심지어 두렵다. 이 마음을 알 리 없는 나의 동지들은 예언가에게 계시라도 받고 싶은 다소간 절박한 표정으로 많은 질문을 한다.
몇몇 아이들은 블록체인이 무슨 말인지를 묻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라질 직업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를 해가며 최선을 답을 해주려 노력하고 같이 답을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미래 관련 가장 웃픈 질문은 어떤 주식이 오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가들아. 선생님이 그걸 알았으면 2년 전에 친구가 엔비디아 주식을 사라고 했을 때 무시했겠니? 하하하'
속으로 씁쓸해하며 토스앱에서 모의 주식 투자를 해보자고 결론을 교육적으로 내려주었다.
동시에 미래를 전망하는 책도 찾아서 추천도 많이 했다. 나는 송길영작가의 '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를 소개했고 한 학생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5'를 찾아 요약해서 발표했다. 어느 날은 오후 작가의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정재승교수의 '열두 발자국' 등을 찾고 요약하고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인공지능'이 미래사회에 미칠 영향과 전망등을 논의하는 진지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는 기발한 질문을 던졌다.
" 선생님, 미래는 결국 인공지능이 다 하잖아요. 그럼 인간은 뭐해요? 그냥 놀면 돼요? 지루할 것 같은데...."
그렇다. 아뿔싸. 인공지능에게 직업도 뺏기고 거기다 느닷없이 지루함이라니.. 물론 학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하게 하고 생산력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간은 기본 소득을 가지며 행복하자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미래는 모를 일이긴 하다.
토론을 하던 아이들은 평소 인문적인 저 아이의 질문에 '오 ~~~'를 연발하며 그냥 놀자라며 자기들끼리 웃었다. 우리는 계속 인공지능시대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로 하며 수업을 끝냈다.
나는 그날의 기발한 질문을 계속 생각했다. 인공지능시대 인간의 지루함...
그러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강연에서 뇌가 밝아지는 말을 듣게 된다.
"인간의 뇌는 답을 찾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찾은 답이 어떻게 쓰일까는 중요하지 않아요. 유용성이 아닌 그냥 행복해집니다."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단지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도파민 분비 때문이다. 신기한 인간의 뇌는 호기심 끝에 지식을 얻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신경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간은 기분이 좋아지려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된다. 나도 생각해 보면 오래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으면 엄청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질문 끝에 도파민과 함께 얻은 나름의 지식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깜찍하게 똑똑한 뇌가 아닌가.
물론 미래에는 인공지능은 엄청난 일들을 해낼 것이고 많은 것을 앗아갈 것이다. 그래도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행복은 가질 수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 강연을 들으면서 정답을 찾은 마냥 들뜨고 신이 나서 다음 수업에서 할 말을 상상했다.
"얘들아. 미래에 인공지능이 침략할 수 없는 행복을 찾았어. 그게 뭐냐면.."
미래는 아무튼, 호기심이다. 결론에 이른 앞날은 더 이상 막막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도파민이 분비되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