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와 진짜 부럽다."
오늘 두 여자는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한 여자의 나이는 다른 여자의 곱절이 넘는다.
한 여자는 펑펑 울었다.
"엄마 나 인턴 잘렸어. 나는 뭐가 문제지. 요즘 다른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한 여자는 울지 않고 버텼다.
"친구가 톡을 보냈어. 큰 아들이 서울대 1단계 합격했다네. 부럽다. 난 뭐 하고 살았지"
나는 오늘 조용히 두 여자 곁을 지켰다.
부러움은 항상 마음에 큰 구멍을 낸다. 후회라는 구멍.
젊은 사람은 인스타그램, 나이 든 사람은 카톡을 통해 실시간 강력 자랑질에 탄력을 받은 후회는 마음 정중앙에 구멍을 내고 있다. 청년일 때는 구멍이 곧 메워질 작은 웅덩이였는데 중년이 되고 보니 마음에 큰 씽크홀이 난다. 후회도 시간차 공격을 하는 건지...
' 내가 잘못 살았나. 그때 내가 애를 재수를 시켜야 하는 건데. 돈을 더 들여 더 좋은 학원을 보냈어야 하는데. '
' 그때 공부를 더해서 그 대학에 갔어야 해'
' 아. 내가 그 회사만 갔었어도'
'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오는 청춘 영화의 한 장면을 한숨과 함께 삼킨다.
한껏 꾸민 사진 한 장, 아니꼬운 글 한 줄에 중년의 하루는 급격히 후회로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무거워진 마음은 몸도 무겁게 하는지 힘이 빠진다. 돌아서면 배고플 때가 좋았는데 이제 돌아서면 후회만 남는다.
세월로 다져진 중년은 후회 한 톨 없길 바라진 않는다. 스스로 덮어 다독일 정도만 남길 바란다. 어떻게 해야 작은 후회만 남기고 가벼워지는 노년은 오는 걸까.
요즘 '난 지나온 삶을 후회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