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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폭풍속 부푼돛 Dec 29. 2023

What's in my bag?

각자 배낭의 무게

종로3가역, 큰 딸 연아손을 잡고 오랜만에 단 둘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종로3가에 가면 왠지 약국에도 가야 될 거 같고, 광장시장에서 기름냄새 맡으며 전이라도 한 접시 후루룩 잡잡해야 할 거 같기도 한데... 우리 부녀는 맛있는 보물 창고를 뒤로 하고 어두컴컴한 반대쪽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또 다른 보물창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여러 여행자들을 보았다. 여행의 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낭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배낭낭이지만 그 속에 담긴 소지품들이 궁금했다. 기약 없이 해외에서 떠도는 배낭 속에는 과연 어떤 소중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까? 아나 다를까, 여러 여행자들은  'What's in my bag?'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자신의 배낭 속 물건을 공개하고 있었다. 이 컨텐츠는 여행자들 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의 가방이나 명품가방 속에는 과연 어떤 소지품들이 있을까라는 일반인들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당연히 일반인들이 접하지 못하는 유명인 명품 가방 속에는 명품 소지품으로 가득할 테지. 여기서 좀 더 보탠다면 직접 사용한 뒤 자신만의 유용한 깨알 꿀템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배낭들의 'What's in my bag?'  다르다. 이들은 소지품을 공개하고 두 가지로 나눈다.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필요할 거 같아서 배낭 속에 집어넣었지만 막상 여행을 해보니 필요 없 물품들은 그대로 쓰레기통 행이다. 다행히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았다면 고민할 여지없이 다시 배낭 속으로 들어간다. 이 보다 선명하거나 명쾌할 수가 없다. 이렇게 가차 없이 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낭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들 고통스럽다. 그것들이 가하는 중이 커질수록 어깨에 통증도 심해지고 온몸이 힘들어져 여행이 고통스럽다. 결국 배낭여행을 지속할 수가 없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여행이 가벼워진다. 이것은 배낭족에게는 진리이다. 필요 없는 소지품들이 가차 없이 쓰레기통으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65리터, 아내는 50리터, 큰 딸은 30리터  배낭을 샀다. 큰딸의 배낭은 색깔,  부부의 가방은 기능성 위주이다. 우리 처지에 적지 않은 비용을 가방을 구매하는데 지불했다. 자고로 배낭은 가볍고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는 똥고집이 발동했다. 특히 해초행길인 어린 세 딸과 거의(?) 초행길인 아내 모시고 가 가장의 어깨를 존중하 마음이 가장 컸다. 어디 이번 인도여행뿐이랴. 인생라는 초행을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이 세상 모 가장의 마음이리라. 그래도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꽤나 큰 짐을 짊어지게 할 요량으로 나름 거액을 돈을 투자한 것이다. 비록 째, 째의 가방 사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도 짊어 지어야 할 짐을 부과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11살, 8살 딸아이들의 배낭에 얼마나 많은 짐을 넣겠냐만은, 비록 짐이 많지 않다 할지라도 각자 배낭의 무게를 체감할 기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내가 짊어진 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말이다.

빠의 바람대로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장난감 하나, 인형 나라도 더 뺄지, 그 가방이 그대로 나에게 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딸아이와 나는 두 손은 가득, 묵직하지만 산뜻한 마음과 발걸음으로 광장시장 먹자골목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한가득의 떡튀순으로 배를 무겁게 하니 그 새 발걸음이 묵직해진다. 배낭이든 뱃 속이든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삶을 여행 중이다. 그 어떤 가방이 가할지라도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은 여행들을 고통스럽고 힘들게 한다. 무게를 느끼고 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What's in my bag?


그제야 내 배낭 속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비운다.  비움과 동시에 그 빈자리는 자유로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가방 속 소지품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내 인생의 발걸음은 자유롭고 산뜻해진다. 이것은 배낭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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