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연인'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할 일들이 있어서 평소에 하던 10시가 아니라 11시에 명상을 했다. 이번에는 상진스님의 금강경 독송을 틀고 20분간 호흡명상을 했다. 이제는 호흡명상에 대한 감을 다시 잘 잡은 것 같다. 모든 것에 감사해하는 마음으로, 꽃향기를 맡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게 하면 이렇게 호흡을 하고 있는 순간들이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느껴지면서 명상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가 잡념이 일면 ‘몰라’, 또는 ‘괜찮아’라고 하면서 다시금 편안하게 집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심규선의 노래들 중에 ‘음악가의 연인’이라고 있다. 그 노래는 가끔씩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내게 머물러주며 기꺼이 나의 시를 경청해주는 ‘음악가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그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밀물도 아니고 썰물도 아니고
수평선에서 밀려든 파도도 없는데
먼 바다가 가장 잔잔할 때에도
나는 이리저리 혼자 휩쓸려 밀려나네요
저 망망대해로”
외부 세계는 밀물도 없고 썰물도 없을 정도로 잔잔할 뿐인데 그저 나 혼자 내면의 일렁임에 따라 저 망망대해까지 휩쓸려 밀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럴 때 명상은 큰 도움이 된다. 윤홍식이 말한 것처럼 일상에서도 '몰라', '괜찮아', '편안하다'의 3단 콤보는 꽤나 쓸만하다. 평생 내게 머물러주며 "기꺼이 나의 시를 경청"해주는 이는 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