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품은 반전
온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장르 영화로 코미디만 한 게 없다. 이를 간파하고 명절 연휴 코미디 장르 영화들이 꽤 나왔고 명멸했다. '추석엔 코미디', '코미디 맛집'이라는 수식어로 홍보되고 있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또한 기본적으론 이런 흥행 공식에 따른 작품이다.
오는 9월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배우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영화다. 차승원 표 코미디 하면 오랜 영화 팬들은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을 떠올릴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언급한 영화들보단 감동 코드가 짙게 깔려 있다. 그만큼 드라마성이 강하다는 것.
잊고 있던 참사와 가족애
영화의 기본 골격은 마냥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 철수(차승원 분)가 우연히 자신도 몰랐던 딸 샛별(엄채영 분)의 구도에 있다. 두 부녀가 만나게 되면서 각종 사건이 벌어지고, 이들 주변 인물들의 숨은 사연이 드러나면서 인물들의 갈등이 해소되는 식이다.
좀 모자라 보이지만 체력과 체격만큼은 강인한 철수는 샛별과 함께 대구 여행을 떠난다. 샛별은 혈액암을 앓고 있어 사실상 시한부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여정에 몇 가지 장애물을 배치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담보했고, 후반부에 이들이 알지 못했던 숨은 사연을 제시하며 일종의 반전 효과를 노리고 있다.
코미디물로 홍보되고 있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오히려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차승원과 철수의 동생 역을 맡은 박해준, 구민센터 직원 역의 안길강 등이 초반 각종 슬랩스틱과 과장된 언어로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데 강력하진 않다. 대놓고 웃기겠다는 의지보다는 코미디 요소를 살짝 깔아놓는 식이다. 그렇기에 포복절도를 기대했다면 이 부분에서 아쉬울 가능성이 크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관련 사진.ⓒ NEW
오히려 영화의 미덕은 감동 코드에 있다. 그간 <럭키> 등으로 장르 간 이종교배 성향을 드러내 온 이계벽 감독은 대구지하철 화재라는 사회적 참사를 가져와 상상력을 발휘했다. 상업영화로서 꽤 위험한 선택일 수 있는데 감독은 2003년 사고 당시 피해자와 소방대원 등을 꾸준히 만나 영화 시나리오의 결과 톤을 잡아갔다고 한다. 8월 29일 언론 시사회 직후 감독은 "그 분들을 만나고 난 후 더욱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뒤돌아 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웃기겠다는 일념보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참사와 피해자들, 그리고 인간미에 대해 깨우치는 식이다. 딸에 대한 부성애는 오히려 곁가지로 느껴질 정도로 영화엔 선의를 가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심지어 부녀의 여정을 방해하는 지역 조직 폭력배들조차도 착하다. 이런 요소들은 추석 연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서는 장점이 된다.
기획 영화의 한계
물론 영화적으론 아쉬움이 많다. 사건 전개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가 이미 정해진 결과로 흘러가기 위해 기능적으로 작용하고 만다. 대구 조폭으로 등장하는 배우 조한철, 윤병희 등과 지역 주민이자 철수의 이웃으로 등장하는 안길강 등 여러 주변 인물이 꽤 매력적인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잠시 웃음 요소를 위해 활용되고 사라지는 식이다.
아마 이런 상업 기획영화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입체적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너무 많은 에피소드보다는 좀 더 정리된 이야기로 승부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111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다 보니 관객입장에선 전부 소화해내기 힘든 구석이 있다.
전반적으로 착하고 귀엽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이 캔 스피크> 주제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상식과 정의를 실현하는 이는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닌 선의를 갖고 함께 노력하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또한 설파하고 있다.
한 줄 평 :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그대로 묻어난다
평점 : ★★★(3/5)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관련 정보
연출: 이계벽
출연: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류한비, 조한철, 성지루 등
제공 및 배급: NEW
제작: 용필름
공동제작: 덱스터 스튜디오
크랭크인: 2018년 6월 23일
크랭크업: 2018년 9월 22일
러닝타임: 111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