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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을 읽고 남기는 편지

by 철학 개그 연구소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것들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마치 겨울 황혼처럼.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엔, 강렬한 순간이 지나고 식어버린 감정을 마주하게 될 때면 그제서야 아, 사랑 역시 영원할 수 없는 거였잖아라며 한탄 섞인 정당화를 하게 된다고.

이 책을 읽고 사랑은 열정(감정)이라고 믿었던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모든 형태의 열정에 권태가 필연적으로 오는 거라면 그 권태가 올까 봐 두려워 하기보단 기꺼이 받아들이겠단 일종의 다짐도 생겼다. 물론 건강한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이 쉬울리야 없겠지. 하지만 상대의 변화에 대하여, 누구든 언제든 그럴 수 있다고 안아주는 내가 되기를 끊임없이 희망한다면 그 힘은 곧, 아름다움이라는 성질은 지속력이 아니라 상대를 지속적으로 긍정해 주는 데에 있다는 걸 깨닫는 때가 올 거라고 나는 믿는다.


관성적으로 내뱉는 사랑이라는 말이 때로는 무책임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사랑한단 말이,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린 듯하죠.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너무나 쉽게 내뱉는 무책임한 사랑의 표현이 아닌 함께 하고 있음에 안도할 수 있는 소박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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