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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Dec 24. 2020

코로나 시대의 크리스마스 인사

불특정 다수에게 부치는 편지

매년 이맘때쯤엔 항상 시내를 나가곤 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밝은 표정으로 걷는 모습이 좋았거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도 그들의 온기를 나눠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들고 말이에요. 그러나 올해는 그런 연말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네요. 이럴 때일수록 어쩌면, 내가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한 번쯤은 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죠?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아요. 저마다의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이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모임을 가지고, 억지로라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을 테죠. 그런 시간을 이제는 수화기 너머로, 혹은 텍스트로만 대체해야 하니, 세상이 삭막해졌다고는 하나 올해만큼 그것을 체감하는 순간이 여태 있었을까요. 원래 사람들과의 약속을 즐기지 않는 저도 답답한데, 사람들 만나는 재미로 사는 분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죠. 보건당국의 지침을 어기는 사람들도, 꼼수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판데믹 상황이 아니었다면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었겠습니까(물론 매우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벌써 1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겨울은 너무 혹독하기만 합니다.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던, 그런 당연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데서 우리는 하나를 배워야 할 거예요.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는 끝나겠지만, 반대로 이런 전염병이 언제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지내는 평범한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지금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저는 이런 절제와 결핍의 시간들을 겪으며,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되고 있습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는 산책이라던지, 저녁시간에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요. 그리고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다시 거리를 나설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꼭 그 순간의 기분을 오롯이 느껴두고 싶습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됐든, 언젠가는 꼭 자유롭게 그것을 누릴 날이 올 거예요.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우리 조금만 더 견뎌봐요.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조금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저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올해의 저는 많이 수고하고 잘 견딘 것 같습니다. 적막하고 한산한 성탄이지만, 당신도 너무 고생한 당신 자신에게 뿌듯한 선물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올해만큼은 나 자신이 나의 산타클로스가 되자고요. 부디, 꼭, 건강하시길. 그리고 내년에는 눈을 보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길.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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