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필록 Jan 04. 2021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30대의 마지막을 시작하며

 2021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조금 더 의미 깊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올해 안에 해보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를 적어보고, 지키기 위한 다짐을 해 본다. 


올해는 사실 다른 때보다는 조금 특별한 365일이 될 듯하다.  40대의 시작을 준비하는, 30대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물아홉 살에 생각했던 30대와 지금 막바지에 다다른 30대는 많이 달랐다. 30대가 되면 훨씬 성숙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거라고 믿었다. 물론 20대 때에 비하면 생활에 여유가 생긴 건 맞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물어보면, 글쎄... 맞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많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월급을 주는 직장이 있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취미를 가질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있었다. 퇴근을 하고 나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30대 초반을 지나, 부서 자체가 사라지며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옮겨야 했던 30대 중반, 그리고 지금의 직장에서의 지금까지. 내면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시간만 훌쩍 가버린 느낌이 든다. 


살아내는 데에만 몰두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정작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던 작년 가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조급함 때문이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짧은 글이지만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을 때의 기쁨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고등학생 시절처럼 위대한 소설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기록을 통해 일상의 볕을 확인하고, 나 자신이 그로 인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를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두 달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도 글을 쓰기 위한 것들에 초첨을 맞춘 것들이 많다. [바다도 각자의 얼굴이 있어] 매거진 작성을 위해 한 달에 한 곳 이상의 바다를 간다거나, 영화나 전시회를 보고 후기를 꼭 적는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어떤 것을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땐, 그러한 감정이라도 써야 한다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


천성이 게으른 데다 일을 미뤄서 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가질 필요도 있었다. 한 달치의 글 목표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때는 다음 달에 채우지 못한 만큼의 글을 더 쓰는 것, 그리고 할당량을 채웠을 때는 나에게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을 선물하는 것으로 당근과 채찍을 주기로 정했다. 아직까지는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즐거운 일이지만, 언젠가 분명히 나 자신이 해이해질 때가 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시작을 시작하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들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하기 싫은 일들을 통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간이 오래 걸렸던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확실하게 보이는, 서른아홉의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크리스마스 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