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탐험 한다고 생각해 봐
채니와 카페에서 책 읽는 데이트를 하려고 동네 대형 북카페로 향했다. 영화관도 있는 큰 건물이라 주차장이 엄청 넓었다. 놀라운 건, 그 주차장에 주차할 데가 없었다는 점이다.
주차실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본다) 창조주차를 할 만큼의 깡도 없고 규칙을 안 지키는 걸 안 좋아하는지라 한참을 헤맸다. 겨우 찾은 자리는 너무 좁아 주차는 했으나 나갈 수가 없어 다시 주차 자리를 찾아야 했다.
또 다른 층으로 내려가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내 맘도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순간 뒷자리에 앉아 있던 채니가 말했다.
“엄마 탐험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때? 나는 지금 탐험하는 거 같은데? 오오 내려간드아~~~“
스트레스받고 있는 엄마를 달래주는 우리 집 장녀. 네가 엄마보다 낫다. 그런 딸 앞에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어 같이 탐험하는 척했다.
“오오~~ 진짜 그렇네~~?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오~? 어디 보자아~~ 자리가 어디에 있으려나아~? 찾아볼끄아~~?”
그렇게 주차장 탐험 상황극도 지쳐갈 때쯤 주차할 곳을 드디어 발견했다. 세상에! 명당이었다. 누가 방금 빠져나간듯한 세상 널찍한 자리. 신나게 주차하고 북카페로 들어가며 딸에게 말했다.
“우리 한참을 고생했는데 전화위복이 돼서 엄청 좋은 자리에 주차했네? 게다가 입구도 가까워! 오늘 우리한테 좋은 일이 생기려나 봐! 기대된다 그치!“
딸은 화답했다.
“응 엄마! 빨강머리 앤이 모퉁이를 돌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기대한 것처럼 말이야! “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북카페에 들어갔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땐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 법이기에 나 홀로 몰래 꿈꾸던 모녀 독서의 아름다운 광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장면이 연출되었다.
채니는 북카페와 붙어 있는 서점 한 코너에 있던 중고등학교 문제집 섹션에서 갑자기 멈추었다. 언니 오빠들이 푸는 문제집이라고 하니 눈을 반짝거리며 한참을 구경했다.
수학 문제들을 보며 “나도 이런 문제들 푸는 날이 곧 오겠지 엄마?”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영어 문제집은 언니 오빠들이 푸는 거라는데 자기도 풀 수 있음에 기뻐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일 맘에 드는 걸 픽했고, 집에 사들고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문제집을 한 권 사들고 왔다.
모퉁이를 돌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주차장을 헤매는 엄마에게,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달리 해보라는 제안을 해 준 8살 아이에게 오늘도 삶의 태도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