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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니 Nov 19. 2024

부부가 5년째 놀고 있습니다. (1)

두 아이를 위한 시간


“야 이 남자 돈이 별로 없어. 휴”


지금의 남편과 결혼 준비를 하던 도중 내가 친구에게 남편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는 돈이 별로 없었다. 당연하다. 한국 나이로 31세. 집에서 받은 돈이 없다면 돈이 많을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결혼식을 할 돈 정도만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나이이다.



갑작스럽게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그는 내게 너무나도 큰 힘이 되었고, 그렇게 단단해진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우리의 재정상태가 이대로 괜찮을까 싶었다.



아버님이 그래도 돈을 좀 보태주시겠지..? 그에게 숨겨놓은 돈이 그래도 있겠지..? 속물 같은 생각을 하며 기대해 보았지만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우리에게 적당히 있는 돈으로, 알아서, 해야 했다.



잠시 걱정됐던 날들을 뒤로하고 나는 그를 믿고 go 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그의 굳은 성품(?)이 좋아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거니 돈이야 뭐. 엄청난 부자로 살지는 못하겠지만 부족하지 않게, 편안하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거면 되었다.



그런데 결혼해 보니 그는 재테크의 귀재였다.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하며 시작한 우리는 부동산 투자로 경기도의 아파트를 여러 채 갖게 되었다.




당시 그가 돈은 많지 않아도 생활력과 책임감이 강해 내가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생각했었다. 그저 진실된 성격과 현명함을 믿고 결혼했는데 나를 굶어 죽이긴커녕 자산을 엄청나게 늘려주었다.



추신수와 이대호의 아내처럼 되고 싶다고 장난 삼아 말하곤 했었다. 결혼하고 남편이 잘 된 케이스들. 남편이라는 사람만 보고 결혼한 그녀들. 그 후에 엄청나게 성장한 남편들. 그 남편들은 얼마나 아내가 고마울까. 평생 충성을 다 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나도 그런 아내가 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추신수나 이대호처럼 벌지는 않지만.



역시, ‘사람’을 보고 결혼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 덕분에 둘째 아이를 낳고 시작된 우리의 백수라이프(육아휴직 포함)는 아이가 5살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 다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병행했다면 금전적으로 꽤나 여유가 있었을 테지만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택했다. 투자로 인해 생긴 돈은 우리의 여윳돈이 아닌 생활비였다. 벌지 않고 쓰기만 하니 잔고가 훅훅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부자였다. 시간부자. 출근하지 않고 아이들과 항상 같이 있어줄 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눈을 뜨면 아빠가 집에 있는 게 당연했고, 늘 네 명 완전체로 가족이 함께 하는 게 기본값이었다.



남편은 말한다. 8살, 5살인 이 두 딸들이 어렸을 때 옆에 있어주고 싶다고. 어릴 때나 아빠 찾지 조금만 더 크면 찾지 않는 시기가 올 테니 그때 일을 하면 된다고 말이다.




지금은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 추억을 쌓을 시기라는 확고한 그의 생각.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이라 좀 크면 아빠랑 멀어질 수 있으니 어렸을 때 더 단단한 부녀지간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그의 마인드가 정말 멋지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시간 부자의 삶을,

5년째 갖고 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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