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뛰던 엄마, 10km 마라톤 완주
러닝머신 위에서 뛰기 시작하면 2분 만에 황급히 속도를 줄여야 했다. 뛰자마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 숨 넘어가기 직전이 되었다.
그랬던 내가 10km를, 한 시간 6분을 내리 달렸다.
처음엔 체력 강화를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목적의 끝엔 아이들이 있었다. 대개 몸이 힘들 때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니, 체력이 강한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는 엄마가 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체력이 좋아지는 건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었다. 달리기의 효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달릴 땐 진정한 내가 된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하나하나 느끼며 내 몸과 소통한다. 처음엔 힘들지만 어느 순간 내가 딛고 있는 땅과, 내가 스쳐가는 바람과,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구름과 하나가 된다.
똑같은 길을 달려도, 어제의 길과 오늘의 길이 같지 않다. 어제의 낙엽과 오늘의 낙엽이 같지 않다. 늘 새롭다.
며칠 전엔 낙엽을 밟으며 뛰는데 챠락! 카락! 소리가 경쾌하게 나는 것이 마치 낙엽이 나에게 박수를 쳐주는 것 같았다. 무려 자연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기를 한 것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인가. 참으로 감사한 삶이라는 걸 뼛속 깊이 느끼게 해주는 운동이다.
그렇게 행복한 달리기를 하며 주 3~5일을 연습해 러닝 크루들과 함께 10월에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갔었다. 함께 연습해 주고, 땀 흘려준 고마운 크루들. 아이를 키우면서도 달리기의 매력에 한껏 빠진 멋진 엄마들이다. 그들과 함께 달렸고, 모두 각자의 속도에 맞게 완주했다.
1시간 7분. 페이스 6분 46초!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페이스 기록을 마라톤 대회에서 달성했다. 대회가 주는 에너지를 듬뿍 받아 신나게 달렸나 보다. 중간에 펼쳐지는 한강의 전경은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더랬다.
한 번도 걷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 그리고 1시간 15분 즈음에 들어오는 것. 이 두 가지가 목표였는데 목표를 훌륭히 달성해 내며 나의 성대한(?) 마라톤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성공적인 마라톤 도전을 마치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신나게 후기를 들려줬다. 엄마가 연습을 꾸준히 했더니 실전에서 훨씬 더 잘 뛰게 되었다고, 그래서 엄마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아이들이 엄마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충분히 느꼈을 거라 믿는다. 엄마의 역할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항상 읽고 쓰고 달리는 엄마를 보면서 배움과 성장은 대학 갈 때까지만 하는 게 이 니라는 걸, 평생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
요 며칠 비록 담이 악화되어 뛰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기록을 위해 뛰는 사람이 아니라 늘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달리는 사람이니 조바심 내지 않으련다.
‘달리기’는 ‘존재하기’다.
엄마인 나 말고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 위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