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테스트가 뭐길래

스피킹과는 다르게 바닥을 친 셀테스트

by 필로니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너무 낮은 점수


영유에서는 보통 아이들의 독해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SR(STAR Reading) 테스트를 본다. 그전에, 아직 리딩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보는 것이 바로 SEL(STAR Barly Literacy) 테스트다. 아직 글을 읽기 어려운 연령이기 때문에, 문제를 소리로 들려주는 방식이다.



문제 자체는 쉽다. 예를 들면 "P, Q 다음에 오는 알파벳은?" 정답은 'R. 하지만 영어로 듣고 이해하고 고르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뭘 고르라는 거지?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이런 '문제풀이'라는 걸 거의 해본 적이 없었기에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은.




그 당시 테스트의 최저 점수는 300점, 만점은 900점이었다. 우리 아이의 첫 점수는 390점 정도였다. 거의 바닥권이었다. 상담 전화에서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스피킹이나 다른 실력들에 비해서 테스트 점수는 좀 낮다고.



그런데 왜일까?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아이 실력이 부족하다기보다, '문제 푸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틀린 것 같았다. 아이가 P, Q 다음에 R이 온다는 걸 모른다기보다 뭘 고르라고 하는 건지 몰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믿을 구석


내가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더 큰 이유는, 아이가 영어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영유에 입학한 후, 아이는 틈만 나면 집에서 영어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원에서 배운 내용을 자발적으로 적어보기도 하고, 엄마를 강제 수강생으로 앉혀놓고 선생님 놀이를 하기도 했다. 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 같았다.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복습이었다.



하원하면 선생님 놀이를 하며, 엄마 풀으라고 문제를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영어를 즐겁게 알아가고 있는 아이라 그깟 테스트 점수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이의 영어 학습에 대한 아웃풋을 판단하는 기준은 늘 하나였다.


'영어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유지되고 있는가'


이것만 지켜지고 있다면, 다른 건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믿었다.



물론, 마음처럼 잘 안 되는 날도 많았다. 아이의 점수 하나에 마음이 들떴다가, 또 한없이 가라앉기도 했다. 일희일비 안 하겠다고 해놓고 밥 먹듯이 했다. 다른 아이들의 점수가 내 아이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거 참 어려운 거였다.


그래도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내 감정은 내가 다스려야 했다. 그래야 아이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 내가 정한 기준(긍정적인 영어 정서 유지)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아이를 위해 멀리 보고 숲을 보려고 매일매일 허벅지를 찔러댔더랬다.



다음 화 : 여전히 계속되는 유튜브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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